[글로벌경제 현지르포-미국편①] 고금리 부담은 딴나라 얘기? 호황 누리는 미국경제

최진우 승인 2024.02.06 12:30 | 최종 수정 2024.02.06 13:52 의견 0
미국 상점이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인광고. [LA=최진우 전문위원]


글로벌경제가 코로나19에서 해방됐지만 고금리라는 장애를 만난지 거의 2년이 다 되가고 있다. 봉쇄로 경제활동이 꽉 막혔던 코로나기간 막대한 돈을 풀어 국민들의 생활을 지원했고, 그 덕분에 경제를 지탱했던 많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이란 값비싼 청구서를 받아쥐자 금리를 크게 올려 인플레이션을 꺾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금리는 국가경제에서 기업활동, 일반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하다. 엔데믹이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지배하는 글로벌경제의 현장을 뉴스임팩트가 직접 발로 뛰어 현지르포로 전한다. <편집자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코로나기간 급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고강도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거의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금리가 5% 중반까지 치솟자 곳곳에서 고금리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금리가 치솟자 부동산시장이 움츠러들었고, 다운페이(주택구입시 계약금조로 내는 선불금, 50만달러 집을 구매할 때 20만달러만 내고 집을 산다면 20만달러가 다운페이에 해당함) 등을 통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높아진 금리부담에 신음을 토해냈다.

미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동차 시장 역시 늘어난 금리부담 때문에 신차를 사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할부금융이 보편화된 중고차시장 역시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현지 대도시를 직접 방문해서 살펴본 미국경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같은 호황은 단순히 현재진행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 제38대 LA 시장을 역임한 브래들리 시장의 이름을 딴 국제공항은 입국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코로나 기간이 한창인 지난 2022년에도 개인일정차 한 차례 LA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는 전혀 딴판인 풍경이었다.

2022년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미국 입국전과 출국전에 모두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아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코로나 테스트를 받기 위해 시내와 공항 검사소를 이곳저곳 알아보느라 꽤 바빴었다.

미국정부가 요구한 입국전 코로나 의무검사가 폐지된 것은 2022년 6월12일이었고, 한국정부가 요구한 출국전 코로나 의무검사가 폐지된 것은 2022년 9월3일이었다.

단, 한국정부는 입국후 1일이내 코로나 의무검사조건은 유지했었는데, 이마저 한 달뒤인 2022년 10월부터 폐지했다. 입국수속 줄이 길어지면서 심사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족히 2시간을 넘어섰다.

사람들로 붐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39. [샌프란시스코=최진우 전문위원]


가만히 살펴보니,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심사 시간이 꽤 길어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서있던 중국인 부부는 입국심사관의 까다로운 질문에 심사시간이 10분을 넘기기도 했다.

뒷줄에 서있던 사람들의 불평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입국심사관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힘들게 입국심사줄을 통과하자, 공항 밖에도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우버를 부르기위해 우버타는 지정장소에 들어서자, 수 백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인파에 기자는 적잖이 놀랐다.

30분 이상을 대기한 끝에 우버타기에 성공했다. 우버기사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앤디 쿡은 기자를 숙소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작년 9월부터 LA공항이 붐비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귀뜸했다.

LA 다운타운은 공항에 비하면 그나마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보였다. 요기를 하기 위해 숙소 인근식당을 들렀다. 식당입구에는 ‘구인중’(Now Hiring)이란 사인이 크게 붙여져 있었다.

미국은 코로나기간에 기업이나 식당들이 매출이 급감하자, 수 많은 일자리를 줄였다. 해고와 실직이란 말은 당시에 일상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자 경제는 고꾸라졌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미국정부는 지원금을 풀었다.

주마다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운 생활지원금이 풀렸다. 일을 안해도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소비에 열중했다. 특히 흑인 등 저소득층의 경우 평소 자기가 번 돈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흑인들 상대로 비즈니스를 많이 하는 한인들이 이 당시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LA 코리안타운에서 한인식당을 하는 K씨는 “당시 식당들에 대해서도 지원금이 크게 나왔는데, 규모가 큰 식당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면서 “이 돈으로 식당을 추가로 개업한 한인들이 적지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기간 풀린 정부 지원금은 공짜로 나눠준 돈은 아니다. 언젠가는 상환하라는 얘기가 나올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지만, 돈을 실제로 상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더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취재중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교민 김주형씨는 “주변에 아는 많은 한인식당 사장들이 코로나기간에 받은 지원금으로 오히려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례를 많이 봤다”면서 “일부는 지원금 상환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조 바이든 정부 임기내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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