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장관에 오른 한국인

한성규 승인 2023.12.13 11:43 의견 0
멜리사 리 의원@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지난달 27일 내가 일하던 뉴질랜드에서 한국인이 장관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관에 오른 인물은 국회의원이던 멜리사 리, 한국이름은 이지연이다.

멜리사 리는 필자와도 인연이 깊다. 필자가 일하던 뉴질랜드 국세청 본청 건물에서 국회까지는 걸어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였고,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자주 마주쳤다. 한국어도 잘하셔서 필자가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재외동포청이 매년 주최하는 해외동포 차세대 리더회의 선배이기도해서 좋은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그밖에도 이분의 미담은 많다. 한국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힘들게 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바쁜 스케줄에도 차를 태워줬다는 등, 한국어 교육이나 이민자들을 살뜰이 챙긴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뉴질랜드 영상위원회 필름오클랜드가 2007년 양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멜리사 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호주에서 대학을 나왔다. 1988년 뉴질랜드로와서 방송계에서 일하다 국회의원이 되었다. 1989년에 뉴질랜드 뉴스 미디어 오클랜드에서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1994년에는 뉴질랜드 국영방송국인 TVNZ에서 앵커로 일했다. 2008년에 국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벌써 6선의원이다. 이번에 경제개발부, 소수민족부, 미디어통신부를 관장하는 장관에 임명됐는데 장관취임 선서식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선서문을 낭독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재외동포는 2022년 기준으로 700만 명이 넘는다.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한국인 숫자는 708만 명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인구의 14%에 달한다. 부산울산경남을 합친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한국 국적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재외동포만 해도 246만 명으로 경상북도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재외동포 중에는 그 나라 사회에서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도 많지만 이주한 국가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정치인도 많다. 멜리사 리 장관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장관을 지낸 한국인이 3명이나 있다. 플뢰르 펠르랭(김종숙)이 2013년 입각해 디지털경제, 통상장관을 거쳐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고, 장뱅상 플라세(권오복)이 올랑드 대통령 재임 시 국가개혁 장관을 지냈다. 2019년에도 세드릭 오(한국명 오영택) 대통령실 경제 보좌관이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 밖에도 연아 마틴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 실비아 루크 미국 하와이주 부지사, 엠마 아슬로노바 우즈베키스탄 하원의원, 김베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 패티 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 김동성 영국 런던시 킹스턴구 구의원, 김헌 중국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 등도 있다.

한국계 해외 정치인들은 재외동포청 초청으로 매회 한국에서 포럼 형식의 회의를 가지고 있고 올해도 11월 13에서 16일까지 제9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이 열렸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있다.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이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주요국가에서 정계, 경제계를 막론하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민족도 유대인 못지않게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이들이 많아서 각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멜리사 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고칠 수는 없다> 라며 정계에 입문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재외동포의 경우 고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 재외동포들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비즈니스의 기회가 늘어난다. 게다가 재외동포들이 한국의 그 나라 진출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한국의 고도성장과 K-컬처가 주는 상승효과는 상당히 크다.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보다 넓은 무대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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