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3)] 고지전, 정전협정 발효전 12시간의 전투

최진우 승인 2023.09.05 12:01 의견 0
영화 고지전의 포스터@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1953년 휴전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과 북한은 휴전에 앞서 단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고지전을 벌인다. 영화 고지전은 한국전쟁이 끝나가는 무렵인 1953년 2월 벌어진 애록고지 전투를 단순한 전쟁물이 아니라, 미스테리물로 풀어간 수작이다.

장훈 감독은 1953년 교착상태 속에서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전투와 은밀한 음모를 높은 완성도로 그려냈다. 영화는 자칫 지루하고 단순할 수 있는 전투라는 주제를, 고수, 신하균, 이제훈, 류승룡, 김옥빈 등 최고의 배우들이 힘을 합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애록고지' 전투에 투입된 중대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총알로 시작된다. 이로 인해 상부에서는 적과의 내통을 의심하며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의 조사 임무가 부여된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애록고지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중대장의 시신으로부터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 '은표'는 그의 변화에 의문을 품게 된다. 과거의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이 이제는 악어중대의 리더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병사들을 이끄는 것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더불어 악어중대의 의심스러운 행동들이 더욱 의아함을 자아낸다.

장훈 감독은 영화 속에서 병사들의 모습과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현장의 긴장감과 고독함을 완벽히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애록고지의 최후의 격전지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관객들에게 전쟁의 무서움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작품은 전쟁 영웅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정체불명의 음모와 역전적인 사실들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야기의 전개와 풍부한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놀라운 전환과 반전을 선사하여 스크린 앞의 관객들을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여정으로 이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에 한국군과 북한군은 우연히 마주쳤음에도 평온하게 지나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휴전협정이 12시간 이후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양측은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피튀기는 전투가 벌어지고 모두가 죽게되는 처참한 상황속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은표는 “정전협상이 공식 발효된다”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하산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는 프래깅(상관 살해)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아무렇지 않게 소재로 삼는다. 전쟁에서 프래깅은 간혹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상명하복 명령체계가 분명한 군대에서 상관을 살해한다는 주제는 영화조차 다루기 힘든 터부나 마찬가지다.
고지전이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많은 미국관객들이 프래깅에 대해 영화가 아무렇지 않게 접근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놀랐다는 후문이다.

평점: ★★★★☆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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