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5)]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타란티노식 잔인한 나치사냥

최진우 승인 2023.05.26 12:01 의견 0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포스터@뉴스임팩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10년간 공을 들일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갖고 제작한 영화다. 타란티노가 시나리오 구상 단계에서 실제 완성까지 수년이 걸렸고, 배역에 맞는 배우들을 찾느라 수백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의 유대인 사냥과 나치를 끔찍이 싫어하는 미군 알도 레인 중위의 나치 사냥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란다 대령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식 유대인 사냥도 끔찍하지만 독일군 머리가죽을 칼로 베거나 생포한 독일군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날려버리는 레인 중위의 나치 사냥 역시 무자비함과 잔인함 면에서는 란다 대령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레인 중위의 나치 증오는 감독이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지만, 증오를 표현하는데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보는이에 따라 칼로 사람을 난도질을 해서 죽이는 슬래시 공포영화보다 더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총 5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는 언어의 향연으로 불릴 만큼 등장인물들간에 화려한 수다가 끝도없이 펼쳐진다. 챕터 1에서 프랑스 민가에 숨어있는 유대인을 찾아다니는 란다 대령의 등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충격적이다.

다국적 언어를 구사하는 란다 대령은 능청스러움 속에 감춰져 있는 냉혹함으로 숨어있는 유대인을 찾아 죽인다. 소녀 한 명이 구사일생으로 현장을 벗어나 목숨을 구하는데, 이 소녀는 영화 전반에 걸쳐 란다 대령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챕터 2에서는 란다 대령은 유대인을 심문하고, 레인 중위는 나치를 심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의 심문 방식이 완전히 다르게 그려지고 있는 것은 타란티노식 대조법의 백미를 보여준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바스터즈는 전원 유대계 미군, 영국군, 캐나다군 등으로 구성된 나치킬러들이다. 개떼(Basterds)라는 이름의 이들은 독일군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이는 것으로 독일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머리가죽 벗기기는 영화적 상상력을 과연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일군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버티는 독일군 베르너 라흐만 상사를 야구방망이로 내리쳐 처형하는 장면은 타란티노의 나치 혐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레인 중위와 란도 대령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와 크리스토프 왈츠는 흥행성과 인지도 면에서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브래드 피트가 압도하지만, 영화만 보면 크리스토프 왈츠의 활약은 브래드 피트를 능가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크리스토프 왈츠@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극중 란도 배역에 맡는 배우를 구하기 위해 타란티노는 수 많은 배우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봤지만 타란티노의 마음을 얻은 배우는 없었다.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어는 물론이고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크리스토프 왈츠를 만나고 타란티노가 쾌재를 부른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다.

영화 마지막 장면. 란도 대령은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눈치채고 레인 중위에게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는 대우를 조건으로 투항한다. 레인 중위는 이를 받아들이지만, 마지막 순간, 란도 대령의 부하를 쏴죽이고, 란도 대령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깊게 새겨 평생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새긴다. 그의 마지막 대사, “내 생애 최고의 걸작야”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오락과 전쟁의 잔인함, 나치의 유대인 사냥과, 유대계 연합군 게릴라들의 나치 사냥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이 영화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크리스토프 왈츠는 제62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BAFTA,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 등 그 해 수상식을 싹쓸이했다. 영화에서는 무명에 가깝지만 크리스토프 왈츠는 1977년 빈에서 데뷔하여 바스터즈 영화 출연전까지 30년 가까이 정통 연급배우로 수없이 많은 공연을 소화한 실력파이다.

최진우 wltrbrina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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