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내@연합뉴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이 15개월을 넘기면서 도대체 이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작년 2월24일 러시아의 전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개전초만 해도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에 막혀 러시아는 끝도 없는 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전쟁을 계획하고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이 계속될수록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작년 9월 징집령이 내려졌을 때 수많은 러시아 젊은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끌려가기 싫어서 이웃국가들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전황이 녹록치 않아지면서 러시아 군부에선 추가 징집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병력을 추가로 투입해야할 상황인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징집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푸틴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두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여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같은 소모전을 지속하면서 전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 정전 내지 휴전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푸틴으로선 최대한 빨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싶어할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휴전과 정전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자존심 강한 푸틴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옵션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남은 옵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전략인데, 푸틴이 이 전략을 선택했다는 힌트를 줄 사건이 최근 두가지가 발생했다.

첫째는 크렘린 궁을 겨냥한 드론의 공격이고,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지역에 대한 백린탄의 사용의혹이다.

러시아정부는 최근 푸틴이 관저로 쓰는 크렘린궁의 지붕 위로 드론이 폭발하는 장면을 담은 화면을 공개하며 푸틴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러시아정부는 처음에는 푸틴을 암살하려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가 그 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크렘린 궁 드론사건과 관련해서 “분명한 적대 행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공격 사실을 부인했고, 미국은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더 강한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자작극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푸틴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번째 시그널은 백린탄 사용 의혹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이 그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백린탄이 바흐무트 도심을 불태우고 있다@연합뉴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화염에 휩싸인 도시 전역에 백린탄처럼 보이는 하얀 연기가 목격된다. 정확한 촬영시점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영상이 찍힌 곳은 바흐무트 도심 서쪽의 어린이 병원 인근으로 보인다고 영상을 분석한 BBC방송은 설명했다.BBC는 공격에 쓰인 폭탄이 소이탄의 일종인 것으로 분석됐지만, 백린 사용 여부까지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궁지에 몰린 푸틴이 백린탄 사용을 허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백린탄(white phosphorous)은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 끔찍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일단 발화되면 섭씨 5000도까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데 물을 부으면 오히려 피해가 커지고 더 강한 열을 발생시키는 치명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 피부에 접촉하게 되면 피부는 물론이고 주요 장기까지 손상을 입혀 제네바협약에서 백린탄을 인명 살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백린탄을 실제로 전쟁에 사용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이스라엘 등이 꼽히는데, 무기가 갖는 비인간적 측면이 너무 강해 설령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소이탄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국제법상 금지돼있다. 이런 금지조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거의 모든 주요국이 비준한 1949년 제네바협약과 1980년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에 들어가있다.

일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영상공개와 관련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나타내고 있다.하지만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푸틴의 초조함이 백린탄 보다 더 무자비한 무기나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크렘린 궁 지방위에 떨어진 드론공격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대로 러시아의 자작극이라면, 이번 백린탄 공격을 비롯해 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명분을 축적하려는 푸틴의 작전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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