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이건희 회장 유품 인왕제색도 소유권 소송

손원경 씨 "인왕제색도 매매 사실관계 명확히 하고자 소송 제기"

김종성 승인 2023.04.21 09:50 의견 0

인왕제색도.ⓒ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김종성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미술품인 인왕제색도를 둘러싼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이 1751년 소나기가 지나간 뒤 비에 젖은 인왕산을 그린 수묵화(채색 없이 먹만 사용해 그린 회화)다. 1984년 국보 216호로 지정됐다. 이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소장해 오다가 2020년 세상을 떠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상우 부장판사)는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지난 20일 열었다. 원고는 국내 대표 서예가였던 고 손재형 선생 장손 손원경 씨다. 피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원고 측은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에 의하면 인왕제색도는 손재형 선생이 보유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반 자금이 필요했던 손재형 선생은 친분이 있었던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인왕제색도를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인왕제색도를 판 적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샌가 인왕제색도 소유권이 삼성에 넘어가 버렸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원고 측은 손원경 씨 숙부들(손재형 선생 차남과 삼남)과 삼성의 불법 거래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측은 원고 측이 말하는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 피고 측은 원고 측이 구체적인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1차 변론 때 손원경 씨가 직접 법정에 나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삼성을 공격하거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낸 게 아니다"면서도 "불확실한 인왕제색도 매매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다. 지난해 2월 그런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지만 삼성이 답변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손원경 씨는 "인왕제색도는 디파짓(deposit·보관)됐다"며 "(삼성에) 선의 취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선의 취득은 권리 없음을 모르는 상황에서 동산을 점유한 경우 유효한 거래를 통해 동산 소유권이나 질권을 넘겨받는 일이다. 질권은 채무자가 돈을 갚을 때까지 채권자가 담보물을 간직할 수 있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담보물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소유권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며 "일단 소송 취지는 원고 측이 궁금해하는 사정을 피고 측이 말해 달라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6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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