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경주서 신라 구한 무열왕 김춘추의 대당 외교를 떠올렸다
일본과 화해 택한 윤석열 대통령, 김춘추와 유사…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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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09:13 | 최종 수정 2023.04.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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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김종성기자] 최근 천년 고도 경주를 방문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소풍 갔다 온 이후 20여년 만에 경주를 찾은 겁니다.
경주는 관광지로서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자가용을 끌고 가지 않아 기차와 버스, 도보를 이용했지만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식당과 숙소를 포함한 각종 편의시설도 쾌적했고요.
게다가 대릉원, 황리단길, 경주국립박물관, 첨성대, 동궁과 월지, 불국사, 석굴암을 도는 동안 흩날리는 벚꽃은 내내 기분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일본 벚꽃이 유명하다지만 경주도 뒤지지 않는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경주에서 제 눈을 강하게 사로잡은 건 벚꽃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무덤이었죠. 경주 도심 앞쪽에 있는 무열왕릉과 흥무대왕릉(김유신 장군 묘)입니다.
두 사람은 일통삼한(신라·고구려·백제를 하나로 묶는다는 뜻)을 이뤄낸 주역이지만 후대인들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당나라와 군사 동맹을 맺은 무열왕 김춘추는 민족을 외세에 팔아넘긴 반역자로 매도당하기까지 했죠.
7세기 당시 김춘추에겐 당과 협력하는 것 외엔 급변하는 정세를 헤쳐 나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는 대야성 전투에서 사위와 딸을 죽인 백제에만 강경했을 뿐, 고구려나 왜국(일본)엔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고구려는 사신으로 간 김춘추를 억류할 정도로 삐딱하게 나왔죠.
결국 후대인이 고구려의 옛 땅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김춘추를 원망하는 것은 신라가 고구려·백제·왜국 포위망에 갇혀 말라 죽었어야 했다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세상 어떤 나라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김춘추는 위기에 처한 자신의 조국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덕에 신라가 천 년을 갈 수 있었고요.
무열왕릉에서 문득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렸습니다. 그가 일본과의 외교로 받는 힐난이 김춘추와 비슷한 모양새여서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강제 징용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적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블루 팀(미국·유럽·일본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과 '레드 팀(러시아와 중국 등 독재 국가)'으로 찢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과 손잡은 윤석열 대통령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이제는 지난 정권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간 아무 데도 못 가는 기러기 신세가 돼버립니다. 독재 국가 편을 들 수 없다면 일본과의 화해를 통해 한국이 블루 팀이란 것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 대립해 국내 여론을 모으는 편한 길을 고르지 않고 김춘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옳은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검찰총장 시절 내뱉은 '흔들어도 몸무게가 100㎏라 안 흔들린다'는 호언장담처럼 굳건히 일본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살벌한 국제정치에서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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