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구광모 LG 회장이 참 안됐다

고독 곱씹으며 총수직 수행하는 와중에 상속 분쟁… 흔들리지 말고 LG 이끌길

김종성 승인 2023.03.20 10:03 의견 0

구광모 LG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김종성기자] 최근 재계 주요 이슈는 단연 LG그룹 총수 일가 상속 소송전입니다. 76년 동안 재산 문제로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는 LG 총수 일가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큰 화젯거리임은 분명합니다.

소송 당사자는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김영식 여사,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입니다. 김영식 여사는 고(故) 구본무 LG 회장 아냅니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는 구본무 회장 딸이죠.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구본무 회장 동생) 아들이지만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해 LG 후계자가 됐고요.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자신들의 몫을 중간에 밀고 들어온 양자에게 빼앗겼다는 억울함도 없지 않겠죠. 세 모녀가 LG 전통인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함)를 해쳤다는 비판을 받지만, 굳이 잘잘못을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참 안됐다는 마음은 듭니다. 그가 LG 총수로서 오롯이 홀로 견뎌내고 있는 고독이 안타까워서죠.

대기업 총수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움켜쥐고 수많은 사람의 선망을 한 몸에 받지만, 실은 외로운 자립니다. 금융 위기, 풀리지 않는 신사업, 국제 정세 변동,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사법 리스크 등 기업을 흔드는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임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게다가 LG쯤 되는 국내 대표 대기업은 회사 생존뿐 아니라 고용 창출, 사회공헌, 국가 경제 기여도 해야 합니다. 총수의 의무를 다하려면 개인 생활은 아예 포기해야 할 판이죠.

이런 부담스러운 직위를 구광모 회장이 강렬히 원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구본무 회장 외아들 구원모 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가 총수직을 맡았겠죠. 구광모 회장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사촌 형과 다투겠습니까. 그는 양자를 맞아서라도 아들에게 뒤를 물려주는 유교적 가풍 때문에 무대 위로 끌려 나온 겁니다.

비록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총수가 됐지만 구광모 회장은 지난 5년간 최선을 다해 LG를 경영했습니다. 우선 보수적 기업 문화를 혁신했죠. 모바일을 비롯해 비주력 사업을 접고 배터리 같은 주력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실리주의 전략을 택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했고요.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기업 문화 혁신도 실리주의 전략도 막상 실행하려면 어렵습니다. LG같이 국가와 사회를 짊어진 명문 대기업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조직은 더 바꾸기 힘들죠. 구광모 회장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밀어붙였기에 LG의 변화가 이뤄진 겁니다.

쏟아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습니다. 이왕 상속 분쟁이 표면화됐다면 구광모 회장도 양어머니·여동생들과 일전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합니다. 다만 소송과는 별개로 구광모 회장이 계속 소신 있게 LG를 이끌길 바랍니다. 그것이 그의 리더십을 신뢰하고 따르는 LG 임직원들이 바라는 방향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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