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이 간과하고 있는 위험성

서담 승인 2023.03.03 14:43 의견 0
인공지능 챗봇 (PG)[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미디어의 발달 과정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인정할 만한 순간들이 있다. 인쇄술의 발명이 그렇고, TV의 등장도 우리 일상을 바꾸어 놓은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은 언론의 대중화를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역사를 바꾼 한 장면으로 기록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모바일 환경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는 AI의 발달이 화두인데, 그 중심에는 챗GPT가 있다. 이것이 역사를 바꿀 미디어의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 엄청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각종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것이 일시적 유행일지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이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챗GPT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람이 작성한 것 보다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문장을 완성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통령실도 숟가락을 얹고 나섰는데, 윤대통령이 신년사를 챗GPT에 맡겼더니 거의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신년사를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심지어 공무원들에게 내부보고서 초안을 챗GPT에게 맡기라는 업무지시를 윤대통령이 내렸다는 보도도 있다. 지금껏 보아온 윤대통령의 스타일이 늘 그렇듯 즉흥적인 지시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챗GPT는 그 화제성을 확실하게 입증한 셈이다.

해외 매체에서는 챗GPT의 등장이 당장 교육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학생들이 과제물 작성을 챗GPT에게 맡겼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고, 이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로 인해 발생할 현상에 대해서도 향후 사회적 파장을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이런 사회적 열풍 속에서 챗GPT의 화제성이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선정적으로 다루어지고 화제성만이 부각되는 미디어의 일련의 보도 태도는 챗GPT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간과하고 있고, 자칫 AI가 만능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사회 전반에 퍼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당장 윤대통령이 몇 번 사용해보고 챗GPT에 빠져서 공직사회에 즉흥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를 보면 그런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챗GPT가 각종 질문에 대해 내놓는 답변은 기본적으로 관련 자료를 빠르게 처리하여 비교적 무난하고 괜찮은 수준의 글로 보이도록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놓은 것이다. 미흡한 자료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한국 대통령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도 챗GPT는 윤석열이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명백한 오류는 챗GPT가 내놓는 답변이 절대적 진실이 결코 아니며, 깊은 수준의 사고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존의 정보를 최적의 문장 패턴에 끼워 넣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신년사와 같은 지극히 일차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나,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분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성급하고 즉흥적으로 챗GPT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공직사회에 내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부적절할 뿐 아니라, 보안 문제 등 국가의 안위에 대한 고민과 분석도 없는 즉흥적 결정이 대통령실에서 내리는 일상적인 국정 운영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게 된다. 이미 그런 짐작을 하게 만드는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어 왔으니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그래서 독립된 의식과 인격을 갖춘 새로운 생명체로 인정받는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는, 가뜩이나 온갖 가짜 뉴스와 왜곡 보도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는, 챗GPT가 제한적 정보 수집에 기반하여 내놓은 부정확한 글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유통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개 범부도 그런 걱정을 하는데, 국정 운영을 맡은 사람은 제발 가볍게 처신하지 말고 매사에 신중한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리더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져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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