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우크라 늪에 빠진 푸틴, 날씨까지 외면

최진우 승인 2023.02.16 10:53 | 최종 수정 2023.02.16 13:37 의견 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러시아는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반러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한후 친러정부를 세워 적당히 영토를 떼가겠다는 그의 구상은 그러나 서방의 단결과 우크라이나 군대의 저항에 막혀 1년째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푸틴의 구상이 어긋나면서 러시아는 두 가지 중대한 문제점에 처해 있다. 전쟁을 끌고가기 위한 전쟁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과, 러시아의 돈줄이었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비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이더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쏟아부은 돈은 대략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12월의 경우 전비충당을 위해 130억달러(현재환율 기준 16조6400억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하는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미사일 하나 가격이 100만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푸틴은 한 달 전비만 평균 10조원씩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세가 가열되기 시작한 작년 11월이후에는 한 달 전비가 15조~2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판매대금을 활용해 전비를 충당해왔다.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산유국인 러시아가 전쟁비용을 충당하고도 오히려 돈을 더 벌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국제원유가격은 전쟁 발발 후 거의 2배 가량 치솟았고, 러시아가 유럽에 독점하다시피해온 천연가스 가격은 거의 5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한 해 평균 에너지 수출로 2000억달러(256조원) 상당의 캐시카우를 거둬들였던 러시아는 에너지 특수 덕분에 최소 1500억달러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서방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에너지가격이 폭락하면서 푸틴의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에너지 가격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과 따뜻한 겨울날씨로 인한 수요감소가 꼽히고 있다.

유럽과 G7 등은 에너지 수출을 통한 러시아의 부당이득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은 배럴당 60달러로 정해졌는데, 이는 뉴욕상품거래소 등이 고시하고 있는 시장가격보다 낮아 러시아는 매일 1억6000만달러(2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유럽연합(EU)는 추산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1월의 경우 러시아가 석유 및 가스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이 1년전보다 30%, 약 80억달러(10조원)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U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도 전면 금지한데 이어 가격상한을 넘긴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취급하는 제3국 해운사에 대해 보험 및 금융사 서비스를 금지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작년말 이런 조치를 시행했을 당시 서방은 겨울로 접어들면서 난방수요가 늘어 에너지 가격이 또 다시 들썩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다. 특히 난방의 70% 가량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으로선 추운 겨울을 가장 두려운 요소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유럽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한창 추워야할 1, 2월임에도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리히텐슈타인의 경우 낮 기온이 섭씨 20도에 육박하는 등 기상관측 이래 1월 최고기온을 찍은 것이다.

공식적으로 겨울이 끝나려면 3주 가량이 남았지만 남은 겨울기간에도 강추위는 예보된 것이 없을 정도로 올 겨울은 역대급 따뜻한 겨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뜻한 겨울날씨는 유럽 각국의 난방수요를 크게 떨어뜨렸다. 작년과 비교하면 15% 가량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EU는 추산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대비해 난방수요 감소 캠페인을 벌여온 EU로서는 이상고온이 마냥 반가울 따름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하락에 맞서 3월부터 석유 감산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원유생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러시아는 하루 50만 배럴 정도를 감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떨어지는 에너지 가격에 맞서 감산으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원유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속셈이 들어맞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이 계속해서 에너지 수요를 줄여나가고 있고,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가세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는 날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선물가격이 100만 BTU(열량단위)당 2.4달러로 202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최고 10달러에 육박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앉아서 손익이 75%이상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꼴이다.

2차 세계대전 추운 겨울날씨로 히틀러의 독일군을 물리쳤던 러시아이지만, 지금은 따뜻한 겨울날씨로 인해 재정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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