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입시, 학부모, 그리고 미디어

서담 승인 2023.02.06 11:20 의견 0
수험생이 수능시험 장으로 들어가고있다=ytn뉴스 유튜브공개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르를 꼽으라면 “교육드라마”를 꼽겠다.

물론 교육드라마라는 장르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한국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주제가 “교육” 특히 “사교육”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인 강남 학부모와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이 드라마의 주된 무대나 주제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교육드라마 장르”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드라마에서 종종 다루어지는 교육 문제는 한국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스카이캐슬”은 교육과 입시를 둘러싸고 있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 엘리트 문화를 적나라하게 다루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타스캔들”도 입시를 위한 사교육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부류의 드라마에 나타난 한국의 교육 현장은 살벌한 전쟁터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입시 전쟁터에 내몰고 혹독한 지옥훈련으로 단련시키고 있고, 아이들은 친구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냉혹한 전사로 키워지고 있다. 이런 내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한국의 교육 현실이 드라마에 묘사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교육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교육현장을 보면, 정규 학교의 공교육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에 교사의 수업을 듣기 보다는 학원 문제집을 풀고 일타강사의 인강을 듣는다, 그런 교실 분위기를 선생도 더 이상 탓하지 않는다.

학교 커리큘럼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문제를 학원에서 이미 다 배우고 온 학생에게 선생이 수업시간에 가르쳐줄 것이 없다. 그러니 입시를 위한 진정한 학습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며 연예인 버금가는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일타강사가 강의를 진행하는 학원에서 이루어진다.

교육드라마는 대부분 이런 한국 사회의 교육 현장을 냉정하고 잔인하게 묘사하며, 성공의 척도를 명문대 입학으로 가늠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흥미를 유발하는 드라마의 흥행 요소로 끼워놓은 그런 비판적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줄 수는 있어도 진정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런 드라마를 볼 때 항상 느끼는 감정은 “암담함”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일타스캔들에서 느끼는 암담한 감정은 더욱 심하다. 드라마가 코믹한 설정을 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본인이 1조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일타강사와 전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과의 밝고 유쾌한 로맨스는 상투적이지만 흥미진진하고, 일타강사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또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엄마인 반찬가게 사장은 사교육을 거부하고, 극성스러운 강남 학부모를 비난하지만, 결국 이들도 사교육의 치열한 경쟁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암담한 심정은 바로 드라마의 꾸밈없이 밝은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누가 봐도 살벌한 전쟁터인 입시 현장에서 엄마들은 아이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아이와 경쟁 상대인 학생을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도태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런 설정이 전혀 억지스럽거나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이미 우리 교육이 현장이 심각하게 붕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암담하다. 그런 치열한 입시 경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곧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한다는 것이니, 단순히 드라마 소재로 소비될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고민할 과제라는 것을 언제쯤 우리 사회는 깨닫고 대처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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