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10년 아프간전쟁보다 더 많은 전사자 낸 러시아

최진우 승인 2023.01.30 11:39 의견 0
사진=KBS뉴스 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작년 2월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가 12만명을 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년째로 접어드는 이번 전쟁의 피해규모가 10년을 끌었던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수를 크게 뛰어넘은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군 사상자수를 보도한 매체는 뉴스위크다. 뉴스위크는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발표를 인용해 지난 21일 기준으로 숨진 러시아군 병사 수가 모두 12만16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특히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러시아 병사 2만명이 숨지는 등 최근들어 러시아 병사 사망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러시아 병사 사망자수는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만 그동안 간간이 흘러나왔던 사망자수를 고려하면 완전히 허구의 숫자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위크 역시 해당 수치를 검증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 측 병력 손실 추세를 파악하는데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 전사자 수에 대해 이렇다할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작년 9월 자국 전사자 수가 5937명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매달 평균 1만명의 병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해 전쟁이 1년째로 접어든 현재까지 12만명의 러시아 병사가 사망했을 것이란 추산을 내놓고 있다.

전사자 12만명은 현대전에서 꽤 많은 숫자에 해당한다. 구 소련시절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을 끌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소련병사는 1만5000명으로 공식 발표되었다.

총 60만명 이상이 동원된 아프간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가 이 정도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불과 1년만에 아프간 사망자보다 8배 이상 더 많은 사망자수를 낸 것은 러시아로서는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과거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가장 많이 희생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다. 총 5000만명의 희생자를 낸 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군은 860만명이 희생했고, 민간인은 1600만명 이상이 희생하며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바로 러시아였다.
그 다음이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사망자수가 급증하면서 역대 희생자 2위 순위를 내주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작년 4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개인 신상정보를 털어서 공개했는데 당시 신상공개된 러시아군의 숫자는 12만명이었다.

어나니머스는 당시 사이버공격을 통해 러시아군 12만명의 신상이 담긴 정보를 유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어나니머스가 유출한 러시아군의 세부정보는 생년월일, 이름, 집주소, 여권번호 등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군 12만명의 신상 정보까지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을 '전범'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당시 신상이 털린 러시아군 12만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신상공개한 러시아군의 숫자와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러시아 병사 사망자수가 동일한 것은 아이러니다.

12만명이란 숫자는 작년 9월에도 나왔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 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가운데 러시아 군 장성이 가을에 약 12만 명을 징집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숫자를 밝혔던 것이다.

당시 이를 보도한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 동원부 대표인 블라디미르 치믈랸스키 해군 소장은 “국방부는 가을 정기 징병 작전 기간 동안 12만 명을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러시아가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던 터라 푸틴이 러시아 신병 100만명을 징집할 것이란 루머가 크게 나돌았는데, 러시아군이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징집 규모가 12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숫자로 해석된다.

정확한 사망자 수와 징집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가 계속해서 신병을 모집해서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이 때문에 징집을 피해 이웃나라로 도망가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언론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푸틴의 강제 징집을 피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젊은이들 중에는 우리나라로 도망온 사람들도 있다.난민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러시아 난민 신청자 5명은 작년 9월 전쟁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를 탈출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다.

이후 난민심사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난민 신청의 타당성을 떠나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국민들이 전쟁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난민자격을 신청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셈이다.

미국과 더불어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불렸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상외로 크게 고전하면서 체면과 실리 모두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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