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과 언론 정파성

서담 승인 2023.01.02 15:24 의견 0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마지막 회 방송모습=TBS유튜브 공개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서울시가 산하 방송국인 교통방송(TBS)의 지원을 끊는 조례를 통과시킨 것에 따라 TBS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난 이후, TBS는 편파방송이라는 이유로 계속 위상이 흔들렸다. 특히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편파 논란은 결국 김어준과 다른 몇 명의 진행자가 하차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김어준은 편파 방송을 했는가? 대답은 “예스”이다. 그는 다분히 민주당 성향의 방송을 진행한 것이 사실이다. TBS는 서울시의 교통방송인데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부 타당하다. 하지만, 김어준의 프로그램은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줄곧 고수할 정도로 T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 되었고,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그의 방송에 출연하려는 여야 정치인들은 줄을 대 설 정도였다. 김어준의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김어준의 인기는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독 보수 성향이 압도적인 한국의 언론지형으로 인하여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비판적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답답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매우 직설적 화법으로 긁어준 것이 김어준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 김어준은 주요 매체도 아닌, 당시로선 생소할 정도였던 팟캐스트를 통해 기존 언론에 버금가는 여론 형성 기능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정확한 취재와 증거 자료를 기반으로 방송을 하기 보다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사로 근거 없는 추측을 사실처럼 퍼뜨리기도 했다. 오류가 밝혀지고 난 이후에도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그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시절에는 사실 이런 그의 행동이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가 스스로 언론인을 자처한 적도 없고, 오히려 B급 찌라시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히 밝혔기에, 자기 멋대로의 음모론을 펼친다고 해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루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이 일반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것은, 기존 언론들이 보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너무 노골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언로가 막혀 답답함을 느끼던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인기 기반이었고.

진보 정권이 집권하고 난 이후 김어준은 주류 언론에 편입되는데, 바로 TBS 뉴스공장 프로그램이다. TV 방송에도 진출했었으나, 그의 스타일은 TV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서 금방 하차하였다. 팟캐스트 시절보다 많이 정제되긴 했으나, TBS에서도 김어준은 특유의 거칠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도 보수 세력에게는 눈에 가시였을 김어준이 정권이 바뀌고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예견되었던 일이다. 본인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어준이 꼴 보기 싫다고, TBS 방송국 전체를 없애버리겠다는 이 무지막지한 발상 앞에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TBS는 상업 방송이 아니라 서울시의 예산으로 운영되기에, 서울시에서 예산을 끊으면 그대로 망할 수밖에 없다. 광고를 받으려면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야 하니, 당장 광고를 받을 수도 없다. 수백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꼴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내자고 수백 명을 실업자로 내몰겠다는 이 잔인하고 무도한 처사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 국민을 개 돼지라고 칭한 어느 영화의 대사가 딱 떠오른다.

언론의 정파성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보수 언론은 항상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미미한 숫자의 진보 언론도 정파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논평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팩트를 왜곡시킬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신문은 사설을 통해 늘 항상 정파성을 드러내 왔고, 당연한 것이었다. 보수 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서 일방적인 정파성이 문제였던 것이고, 진보 성향 언론의 정파성이 대단한 파급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김어준의 정파성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일이고, 불만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내보냈으면 될 일인데, 방송국을 폐업시키겠다는 처사는 보수 정치인들이 자행하는 폭거이다.

애꿎은 방송국 직원들만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이 조례를 통과시킨 집권 세력들의 머릿속에 과연 서민과 국민의 존재가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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