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서담 승인 2022.12.06 15:26 의견 0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행을 중지한 화물차량=ytn뉴스 유튜브공개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화물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 긴장하게 된다. 화물차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면 나도 모르게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이 생길까 마음을 졸인다. 그만큼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가 잦고, 특히 언론보도를 보면 화물차에 의한 사망 사고가 교통사고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반적인 인식은 통계로 뒷받침된다. 2022년 상반기 전국 고속도로 사망 교통사고의 64.8%가 화물차에 의한 사고였다. 화물차가 달리는 흉기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왜 화물차는 이렇게 치명적인 사고의 원흉이 된 것일까?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 의식이 부족해서 일까? 화물차 자체가 사고를 발생시키는 위험한 차량이어서 일까?

시사IN 기사에 따르면 화물차 사고가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 것은 근본적으로 화물차 기사들에게 졸음운전을 강요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화물차 기사의 94%가 졸음운전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화물차에 의한 사고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근 화물연대가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물류 시스템은 외국의 시스템과 매우 다르다. 화물 운송회사의 직원으로 고용되어 운송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며 월급을 받고 있는 외국의 화물차 기사들과 달리 한국은 개인이 화물차를 소유하고 화주와 직접 운송 계약을 맺고 화물을 수송하는 특이한 시스템이다.

화물차는 1~2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차량이기 때문에 화물차 기사들은 대부분 빚을 내어 차량을 구매하고 대략 월 수백만 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하고 있다. 운송에 따른 유류비나 차량 유지비 등 제반 비용도 본인 부담이다. 이렇듯 화물차를 운행하는 기사는 고가의 초기 투자비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감당하며 수익을 내야하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내몰려 있다.

또한 제 시간에 맞춰 화물을 배달하지 못하면 화물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졸음운전을 불사할 정도로 무리하게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는 매우 위험한 구조가 바로 한국의 물류 운송 시스템이다.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이다.

이런 현실을 완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안전운임제이다. 적정한 수준의 운송비용을 정해서 화물차 기사의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제도를 종료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여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국가 산업경쟁력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불법으로 규정한 윤석렬 대통령은 급기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업무개시명령의 명분은 안전운임제로 인해 물류비용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었기에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화물 물류 시장에서 철저하게 을의 처지인 개인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은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대기업의 요구만을 반영하겠다는 처사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과 생활의 안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무리한 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직접적 피해자는 화물차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모두이다. 도로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오직 산업경쟁력 핑계를 내세워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현 정부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마치 대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것만이 공정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내건 졸음운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화물차 기사들과, 그런 화물차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대면하고 있는 위험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는 목소리를 국익을 해치는 범죄자로 내몰고 있는 현 정부이다. 집권 세력에게 공정과 상식은 그들이 속한 기득권층에만 해당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일반 서민의 소박한 소망이 구둣발로 짓밟히는 것만 같아서 답답하기만 하고, 이런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아직도 30% 가량의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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