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서평] 범재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공 비결을 담은 책 '패왕의 가문'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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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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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남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은 맡은 분야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빠른 두뇌 회전과 뛰어난 결단력입니다. 카이사르, 제갈공명, 이순신, 모차르트, 케인스, 피카소, 이건희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다이묘(지방 호족) 수백명이 패권을 겨룬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에도 천재가 두 명 있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죠. 두 사람은 두뇌 회전과 결단력에서 경쟁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소수 병력을 동원한 기습전으로 자기보다 몇 배 세력이 큰 다이묘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무찌른 노부나가의 민첩성,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부하 아케치 미츠히데의 배신으로 사망한 뒤 누구보다 빨리 돌아와 미츠히데를 죽여 없애고 일본 천하를 차지한 히데요시의 기동성이 그 사례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는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아니란 겁니다. 전국시대를 끝내고 에도 막부 265년을 연 주인공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입니다.
이에야스는 전국시대 무장 중에서 우수한 축에 들었지만 두뇌 회전과 결단력은 극히 평범한 타입이었습니다. 노부나가, 히데요시보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패권자가 됐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는 인물이죠.
다만 이에야스는 노부나가, 히데요시는 물론 다른 전국시대 무장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설명한 책이 시바 료타로가 쓴 '패왕의 가문'입니다. 다음은 시바가 묘사하는 이에야스의 모습입니다.
'이에야스는 어려운 조건 아래서 살아간다는 데 대해 어떤 열정을 품은 존재였던 것 같다. 그는 선천적으로 집요한 성격을 타고난 생명체였다. 꼬리가 잘리건 다리가 잘리건 혀로 상처를 핥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열정, 아니 생물적인 본능 같은 것을 풍성하게 지닌 사람이었다.'
'이에야스는 자기 존재를 젊은 시절부터 추상화했다. 자신을 자연인이 아닌 일종의 법인처럼 규정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떠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움직였다.'
한마디로 이에야스는 오뚝이였습니다. 아무리 구르고 깨지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오뚝이 말이죠. 이것이야말로 범재가 천재를 이긴 비결이었던 겁니다.
최근 우리 사회엔 유전자 결정론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노력과 상관없이 역량이 정해져 있으므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자'란 거죠. 백해무익한 얘기입니다. 패왕의 가문을 통해 사람이 진정으로 노력한다는 게 무엇인지 느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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