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현대제철이 8조5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차입금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모회사인 현대차그룹과 함께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자동차 생산 역량을 연 120만대 이상으로 높이면서, 현대제철은 연 180만t의 철강재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과 공동으로 출자해 투자금의 50%를 자기자본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50%를 타인자본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타인자본은 유상증자가 아닌 외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의 국내 신용 등급이 'AA'인 점을 고려하면 발행 금리는 3%를 웃돌아, 연간 약 1300억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자동차에 대한 개별 품목 관세 조치도 고려하고 있어, 공급망 현지화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그룹사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북미 수출 비중은 현대차 약 24%이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자동차용 강판의 80%가량이 현대차·기아로 향하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다만, 북미 제철소 건설을 위해 추가적인 차입을 도입하면서 단기적으로 현대제철의 재무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제철의 2024년 말 기준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79.7%로 안정적이지만, 보유한 현금·현금성자산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7%를 밑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철강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향후 현금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자금 부담과 장기적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이라는 두 가지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출자 비율이 나오기 전까지는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자본 비용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