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본사 표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국내에서 검찰에 고생 안 한 기업이 없다지만 SPC그룹은 유독 심하게 두들겨 맞은 회사로 꼽힙니다. 검찰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를 파괴하려 했다며 '자나 깨나 노조 탄압만 고민하는 대악당'으로 낙인찍었습니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 SPC그룹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죠.

다만 SPC그룹 노조 탈퇴 종용 사건을 심리하는 공판이 30차례 이상 진행되면서 검찰의 악마화가 점점 한계를 보입니다. 검찰이 아예 없는 일을 지어내진 않았지만 혐의 입증이 부족해서죠.

먼저 검찰은 허영인 회장이 언제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 탈퇴 종용을 지시했는지 증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2021년 1월 말 허영인 회장이 황재복 SPC그룹 사장에게 '파리바게뜨지회가 무슨 돈으로 집회를 하냐'며 탈퇴 종용을 지시했다고 강조하지만 시기가 안 맞습니다. 허영인 회장이 파리바게뜨지회에 결정적으로 반감을 품은 건 SPC그룹 대표 매장인 서울 한남동 패션5 앞에서 파리바게뜨지회가 집회를 한 2021년 2월 6일 이후입니다.

다음으로 검찰은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제빵기사들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아 승진 차별을 받았다고 지적합니다만 납득하기 힘듭니다. 승진은 임금과 달리 회사 재량이 일정 부분 있는 데다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이어도 성실한 업무 태도를 인정받아 승진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어서죠.

마지막으로 검찰은 파리바게뜨지회의 강성 투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노조를 떠났다는 제빵기사들 증언을 반박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파리바게뜨지회가 가맹점주들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시위를 벌여 인심을 잃은 사실이 공판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죠.

예단하긴 어렵지만 검찰 주장처럼 SPC그룹이 조직적으로 노조 분쇄에 나섰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강경 일변도로 행동하는 파리바게뜨지회를 허영인 회장 등이 억제해 보려다가 꼬투리를 잡힌 게 더 진실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남은 공판에서 이 부분이 충실히 소명되길 바랍니다. SPC그룹을 편들어서가 아닙니다. 성급한 악마화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근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