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사진 왼쪽)과 기념 촬영을 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발(發) 3조6000억원 유상증자 태풍이 증권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내 기업이 실시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고 규모여서다. 김동관 부회장이 오너 경영자로서 방산을 승부처로 보고 결단을 내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이 전략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물류 제어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구축(6000억원), 무인기 엔진 개발과 양산 시설 구축(3000억원), 사업장·설비 운영(3000억원), 해외 방산 생산 능력 구축(1조원),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 지분 투자(6000억원), 해외 조선업체 지분 투자(8000억원)에 쓸 금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증권시장은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유상증자로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20일 종가 72만2000원이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값은 하루 만에 62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투자자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시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면 유상증자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유동·비유동 차입금 및 사채가 10조2000억원이 넘는다. 2023년 3조90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2400억여원과 영업이익 1조7320억여원을 기록한 측면을 고려할 때 경영이 어려워져 차입금 및 사채 같은 타인자본에 의존한 건 아니다. 하지만 타인자본을 더 끌어오기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김동관 부회장으로선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여길 법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4조7465억여원까지 늘어난 이익잉여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익잉여금 중 일부는 투자되겠지만 무작정 가져다 쓸 순 없다. 각국 정부가 고객인 데다 수주 산업인 방산 특성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동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합리적 근거 없이 감정적 모험을 하는 거라면 유상증자의 정당성이 사라지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K방산에 대한 높은 해외 주목도, 미국 군함 시장 개방, 유럽 재무장 움직임 등 방산 여건이 좋아서다. 대규모 투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성장시킬 호기를 맞았다고 김동관 부회장이 판단할 만하다.

오너 경영자는 피고용인 신분인 전문 경영인과 달리 회사 운명을 바꿀 큰 결심을 할 수 있다. 김동관 부회장도 오너 경영자답게 3조6000억원 유상증자로 방산에 승부를 걸었음을 천명했다. 그가 수소 전기트럭 기업 니콜라와 도심교통항공(UAM) 회사 오버에어 투자 실패, 태양광 사업 부진의 아픔을 딛고 방산에서 성공 사례를 남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