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지난달 국회 국정감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알맹이가 없었다게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육군본부와 해·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본질은 없고 정쟁대결과 고함이 난무했다.
필자는 매년 계룡대 감사를 참관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군의 실상을 좀더 파악하게 됐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실제 우리 군이 군 본연의 임무수행을 위해 과연 어떤 방향성과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나 지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국방위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단편적이거나 아주 작은 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질문이나 자료 요구가 대부분이다. 그해에 유명해진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재차 질의하거나 다시 문제를 화제로 꺼내 여야 국회의원들과 군 관계자들의 고성과 다툼이 국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그동안의 국정감사 모습이었다.
실제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다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 군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자극과 지원을 주는 국감은 아니었다. 그리로 현장 답사라고 해서 인군의 군 부대를 방문해서 현황을 듣고 병사들과 식사하는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국감을 마친다.
올해는 부사관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오고 가는데 쓰는 시간이 더 많은 모양새다. 굳이 거기를 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감을 준비한 계룡대 근무 군인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계룡대에서 밤을 새서 군 현실에 대한 올바르고 냉철한 비판과 함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국감다운 국감이 아닐는지.
실상 국감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사항은 우리 군이 북한의 위협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군이 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에서 편성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군 장병들의 생활은 어떠한지, 간부 수급 저조에 따른 현실적인 대책과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날카롭게 따져 물어야 군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이 국민이 원하는 군대를 육성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군은 북한은 둘째 치고 군이 존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우선 부사관과 장교 모집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대대급 부대에서는 정원도 채우지 못해 인력난으로 과중한 업무와 책무로 큰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10년 전부터 심각하게 대두된 문제임에도 매년 근근이 땜질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매년 모집 홍보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우리 군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군은 국가를 지키는 최후이자 가장 중요한 존재다. 군이 강해야 나라가 존재한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4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이번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휴전을 거부한 이스라엘은 레바논까지도 공격을 가해 또 다른 중동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교민이 레바논에서 군용기로 철수 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의 안전도 이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내가 동명부대 1진으로 2007년 레바논에 파병되었을 때보다 훨씬 심각해진 전쟁 상황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강한 군은 우수 자원이 있어야 한다, 무기 체계나 군사력, 동맹관계 등도 중요한 요소지만, 우선은 군의 근간인 인적 자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군은 병력자원 감소와 함께 장교와 부사관 지원자가 미달되어 우수 자원은 차치하고 정원 채우기도 어려운 심각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국방 장고나이다, 각 군 참모총장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알고 싶을 정도다. 일선 부대의 아우성을 듣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그 심각성을 모르고 탁상공론만 하는지 모르겠다.
18개월 복무하는 병사들의 문제도 생각보다 문제가 많다. 예전에 비해 약해진 훈련 강도와 횟수, 형식적인 훈련 등이 군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군의 실상과 상당히 괴리가 있다. 모든 군인들이 그 정도로 강인하고 우수하다면 북한의 위협에 전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은 무기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전사까지는 아니어도 병사들이 군에서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훈련으로 단련이 되어 있어야 강한 군대, 적과 싸우면 이기는 군대가 되는 것이다.
친구의 아들이 최근 군대를 전역하고 왔다. 그 아들이 전한 요즘 군대는 우리가 생각하고 예상하고 기대하는 군대와는 사뭇 달랐다. 나도 군 생활을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군이 엄청나게 그 본질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은 남한과의 합의도 파기하고 예전의 호전적인 스타일로 변해 가는데, 우리는 그와는 달리 우리 식대로 가고 있다. 북한이 1,000개가 넘는 오물풍선을 남한으로 보내는 사이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군에서 대응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오물 풍성을 내려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군이 강하고 믿음직스럽기를 원한다. 국민을 지켜주는 강한 힘이 바로 군이다. 우리 군은 과연 그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그래서 국감이 필요한 것이고, 공과에 대한 명확한 지적과 신상필벌이 필요하다.
많은 간부들이 국감준비에 고생하는 만큼 국회의원들도 여야와 정치적 이익을 떠나 진정 군을 위한 지적과 격려를 해야 한다. 짧은 일정에 모든 분야를 다 볼 수는 없다지만, 군 수뇌부가 더욱 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문제점을 부각해 질타하고 창피주고 면박주는 국감이 아니라 군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하는지를 경청하는 국감이야말로 군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에게 원하는 모습이다. 군도 할 말을 해서 국감을 기회로 군 발전에 필요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국감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군의 현실을 전달할 수 있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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