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시각]군의 미래를 준비하는 ‘머리’가 필요하다

이장호 승인 2024.08.25 01:00 | 최종 수정 2024.08.25 21:07 의견 0
북한의 사이버 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있는 군간부@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2024 파리올림픽이 무더운 여름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선물이 되고 있다. 장마에 이어 폭염으로 연일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그나마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파이팅 넘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은 한국 대표팀의 낭보보다 안타까운 소식으로 축제와 가쁨의 자리가 불편하게 되어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이 더 많아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스러운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종목이기는 하지만, 시대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런 사달을 만들어 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나도 어느 종목 협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어 대회가 열리는 곳마다 방문해거 현장의 목소리와 선수들의 분위기를 경험한다. 특히나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경기가 열리는 곳에는 관중도 적고 관심도 없어 선수들만의 잔치가 되는 경우가 대두분이다. 요즘은 학부모조차 경기장 방문을 꺼릴 정도로 과거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달라졌다.

현장에서 듣는 얘기의 대부분은 변화하는 시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훈련 방식과 지도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선수를 발굴해 육성해야 종목의 미래가 있다는 얘기와 세대교체를 위해 20년은 준비해야 우수 선수가 길러진다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한 마디로 지금의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고, 오히려 종목의 존폐까지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선수와 협회의 생각은 당연히 다르다. 그러나 경기는 선수가 한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정신력과 의지는 승리에 더욱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양궁이 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이 우수 선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선수를 우수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어서다.

이번 양궁 경기에서 5개 전 종목의 금메달을 따낸 결과의 바탕은 완벽한 훈련 지원 시스템이라고 선수들이 직접 밝혔다.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대회에 나가 우수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해당 종목의 협회를 비판하는 글이 도배를 하는 반면, 양궁 협회에 대한 칭찬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를 모든 협회는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선수가 우선인 협회와 그렇지 않은 협회의 차이점이 바로 성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직업 군인제도에 연령 정년이 있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국민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다. 너무 나이가 많다면 그런 일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을 감안해 일반 공무원보다는 짧은 정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꼰대’로 불리는 나이든 고참이나 선배 군인이 한창 자라나는 젊은 군인들과의 소통을 잘 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든 소통이 문제다. 요즘 군의 가장 큰 걱정은 북한이 아니다. 바로 장교와 부사관 모집이다. 직업 군인 인기가 시들어져 수년간 모집 정원 채우기도 어려워져서 우수 자원 확보는 고사하고 우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나 ‘강철부대’ 같은 군 관련 방송이 인기를 끌었던 때는 그나마 직업 군인이 인기가 있었지만, 막상 군 현실은 드라마와 다른 것이 현실이고, 그런 생활을 오래 하는 직업 군인이 적어지면서 예전에 비해 요즘은 장교와 부사관 장기 지원이 많이 적어졌다.

마치 비인기 종목 스포츠와 같이 군도 존재 자체가 걱정이 될 정도다. 부대 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부대에 간부들이 적어 병사 통제하기도 벅차다. 병사들은 휴대전화 사용과 인권 보호, 편리한 환경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여유가 많은데 비해 간부들은 더 고되고 부담이 많다보니 직업 군인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병사 위주의 정책이 확대된 반면, 간부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정책의 결과를 지금 고스란히 일선에서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할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젊은 간부들이 여러 이유로 군을 따나는 것이 현실이고, 사회에서도 직업 군인을 선호하거나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세대 간의 갈등과 발전 없는 조직, 몸통보다는 머리가 큰 구조 등이 인기가 없는 군으로 전락한 이유다.

앞으로 10년간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내 생각에는 그럴 것 같다-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군에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보다 더 급한 불이 발등에서 활활 타고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굴러는 가겠지만,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데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갈등이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잘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더 발전한다. 군이 제 역할을 잘 하기 위해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고민하는 ‘머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향후에도 군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군도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해마다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머리’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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