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6.25전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떨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은 그 전쟁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거나 문제를 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정도로 6.25전쟁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분이다.
더욱이 2000년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1900년대의 유산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벌써 74년 전에 일어난 남북한 간의 전쟁이고 그로 인한 남북의 분단이 오늘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다. 어찌 보면 북한이라는 것이 늘 우리 머리위에 박혀있는 무거운 돌덩이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만 없었더라면’ 혹은 ‘남북한이 서로 적대시하지만 않았어도’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근대국가로 발전할 단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6.25전쟁은 우리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 험한 과거를 이겨내고 지금의 발전된 국가로서 세계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나라가 된 것은 실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기적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되었다.
요즘 세대라는 M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온갖 첨단 시설을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 같은 50대 이상은 ‘삐삐’부터 써 온 세대라 지금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알고 있다. 6.25전쟁의 여파로 10대와 20대를 북한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고, 직업 군인으로 생활하는 30년 동안 한 시도 북한을 잊거나 등한시해 본 적 없을 정도로 북한은 중요한 존재였다. 우리 군의 존재 목적이 바로 북한이었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지금이 삼국시대나 조선시대가 아니듯이 사람들도 6.25전쟁 세대가 아니다. 지금은 지금의 논리와 문화가 맞다. 세대 차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에게 6.25전쟁 얘기를 한다고 해도 공감이 없다. 군에서 병사들을 대상으로 6.25전쟁에 대한 교육을 해도 아마 임진왜란으로 생각할 정도로 과거 우리 역사의 한 전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 우리나라에 투하해 많은 피해를 봤지만, 그것도 그 때뿐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다고 했지만, 실제 방송까지는 안 했다. 북한이 휴전선에 방벽을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북한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것이 훗날 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당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 북한의 방벽 작업을 우리가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전쟁 위험은 우리에게 당연히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위기감이 고조되어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거나 관광을 오지 않는다면 당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물론 국가가 사전에 이를 잘 조절하고 통제하고 있고, 우리 군도 북한의 위기 조장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들이 이제 북한을 잊어가고 6.25전쟁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은 실로 아쉬움이 크다. 6.25 참전용사분들이 이제는 생존해 계시는 분이 거위 없다고 한다. 신탄진에 있는 대전보훈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월남전 참전용사들이라고 한다. 이제 90을 넘으신 6.25 참전용사분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셨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과거와 달리 우리에게 크게 양향을 미치지 않다보니 6.25전쟁은 과거의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2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어 아직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은 위험이다. 더구나 우리는 북한이라는 적을 가까이 맞대고 있고 아직 6.25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휴전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잊은 지 오래다. 군대에 가서야 북한에 대해 알게 된다. 우리 생활에 북한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잘 살아 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북한을 쉽게 잊을 수 있다.
지금의 평화는 그동안 우리가 북한을 잘 대비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우리 군이 그동안 자주국방을 기치로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세계 7위의 군사력 지수를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군사력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결과이다.
국방개혁으로 병력 수를 줄이는 대신 첨단 무기로 무장해 효과적인 군사대비태세와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우리 군이다. 6.25전쟁같이 병력이 군사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막대한 국방 예산으로 군사력을 키워 온 우리 군이 이제는 북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과거 미군에 의존했던 것도 이제는 미군에게 우리 능력을 과시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더 이상 6.25전쟁의 패배에서 북한을 두려워하거나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선진국으로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6.25전쟁은 과거로 묻어둔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엄연하게 존재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적(敵)이라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이 왜 일어났느냐고 물으면, 답은 ‘방심해서’라고 말한다. 오늘 지금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내일이나 다음 달에는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군인들은 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잊는 순간 역사는 되풀이 된다.
6.25전쟁 74주년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과 군인 선배님들의 고귀한 희생과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과거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기억하자. 우리의 행복한 오늘이 내일도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면, 지금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는 우리의 노력과 정신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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