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2017년 12월 일본 교토대학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오구라 기조 교수가 낸 책이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입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 사회를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거대한 극장'으로 규정했습니다. 도덕 경쟁에서 승리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차지한다고도 했죠. 자연히 개인 기량 연마보다 상대방 도덕적 결함을 들춰내 이기는 것으로 한국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오구라 교수는 설명합니다.

반대 의견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오구라 교수가 정곡을 찔렀다고 봅니다. 어떤 입장이 대립할 때 합리적으로 이치를 논하기보다 도덕적 약점을 잡아 그것으로 승패를 가려버리는 게 한국 사회 풍토니까요. 대표적인 사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이죠.

지난 5월 30일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분할해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개인을 넘어 SK그룹에 대한 노소영 관장 몫을 인정한 셈이죠. 이런저런 근거가 제시됐지만 핵심은 최태원 회장이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부부 관계에선 제삼자가 알 수 없는 내밀한 사정이 많습니다. 따라서 한 쪽이 폭력이나 사기처럼 일방적으로 그릇된 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도덕 쟁탈전에 임하는 심판처럼 판결해 버렸습니다. 이 바람에 애꿎은 SK그룹 지배 구조가 흔들리고 있죠. 심지어 해외 사모펀드가 SK그룹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입니다.

현재 이혼소송은 대법원에 넘어가 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중 누가 도덕적인지보다 법리를 우선시하길 기대합니다. 도덕이란 잣대로 부부 사이 일을 모조리 재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