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시각]비판 못지않게 군에 대한 격려 관심 필요하다.

신병 수류탄 훈련 사고
한해 20만 훈련병

이장호 승인 2024.07.21 01:00 | 최종 수정 2024.08.02 16:16 의견 0
육군 제32보병사단 정문으로 육군 폭발물 처리반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최근 군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들로 군이 비난의 도마에 올라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비록 내 아들은 아니지만 내 아들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전보다 더 많이 안부를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군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간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같이 인명이 경시되었던 것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향상되었고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실수나 미숙으로 인한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32사단의 훈련병 사망은 수류탄 훈련 도중 발생해 훈련병이 사망했다. 많은 훈련병 중에 오직 그 병사가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해 발생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 훈련병도 누구의 소중한 아들이고 형이고 친구였는데 군에 와서 생명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일 것이다. 그 훈련병의 부모가 다른 훈련병들이 이번 사고로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부대에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존경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우리는 사망한 훈련병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소대장 상사의 부상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내 경험상, 아마 그 중대장은 훈련병이 쥐고 있던 수류탄을 받아 던지려 했다가 폭발이 일어나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대장은 위험을 감지하고 배우고 알고 있던 대로 그 상황에서 훈련병을 구하고자 자신의 위험을 포기하고 중대장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그 중대장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아들이다. 비록 직업이라고는 하나 구 중대장도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날의 사고가 두 명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한 해 약 20만 명 이상의 훈련병이 군에 와서 신병 훈련을 받고 부대에 배치되어 군 복무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최근 3년간 이번과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군에 있는 간부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은 아마도 군에서 일하는 간부들이 더 현실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군대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여러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황까지 예측하고 예방하는 노력은 군은 항상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생명이 걸린 치명적인 규모가 많다. 아무래도 무기나 화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하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여건이다. 사회만큼 많은 투지나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사회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우리가 요망하는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군에서 일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고 현실이다.

과거 60~80년대의 군대는 많은 악습과 불법이 암암리에 주행되었다. 전통이니 무화니 하는 핑계를 대고 자행되었던 일들이 생명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군이 많은 지탄과 비난을 받아 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내가 초급장교 때 근무했던 부대도 병사 간에 폭행과 따돌림 등 여러 비행이 남아 있어 늘 걱정거리였다.

군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억울하고 열 받는 일이 많다보니 군을 좋아할 리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 군이 2000년대 들어 몇 건의 치명적인 사고와 사건들로 인해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어 과거의 흔적을 대부분 지워 나름 현대식 군대로 탈바꿈했다. 따지고 보면, 군을 싫어하기 보다는 어떤 인물이 싫었다는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

규정을 어기고 얼차려 시키다 발생한 병사의 사망사건은 분명히 책임 소재를 따져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할 사건이다. 군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감정대로 가람을 다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이유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적인 여망이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사람을 죽이는 곳이라는 불명예는 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직도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집으로 오는 것이다.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고 하고 구타가 없고 비리가 없다고 해도 혹여 내 아들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휴대전화를 마음껏 쓰고 휴가가 많고 월급을 많이 줘도 이런 걱정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군이 그동안 해 왔던 것들에 대한 결과다. 한 건의 사고로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다시 졸이게 만든다. 그래서 군 간부들은 더욱 더 살피고 긴장하며 병사들을 보살핀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지만 군에서 일하는 간부들은 늘 노심초사하며 근무한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면 면밀 분석해 재발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군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돌보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런 것은 다른 수단이나 방법으로 보완해야 더 이상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묻되 그것이 사람의 능력을 벗어나 것이라면 그것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평범한 말이 늘 모든 사고의 출발이자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