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삼성전자 노조, 영국 노조 실패 상기하라

영국 노조, 힘자랑 심취하다가 자멸… 분별력 발휘해야

이상우 승인 2024.07.05 01:00 의견 0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진행된 전국삼성전자노조 기자회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누가 영국을 지배하는가(Who governs Britain)?"

1974년 2월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내건 슬로건입니다. 영국을 통치하는 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정부가 아닌 노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당시 영국에선 노조 파워가 막강했습니다. 수틀리면 정권조차 날려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영국 노조의 위세는 1979년 초 절정에 달했습니다. 계기는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 이었죠. 불만의 겨울은 화물 운수, 철도, 병원, 청소 근로자 150만여명이 임금 인상률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벌인 총동맹 파업입니다.

불만의 겨울로 영국 사회는 마비됐습니다. 생필품 운송이 막히고 거리엔 쓰레기가 넘쳤죠. 병원에선 환자 시신이 방치되다시피 했고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임금 인상을 제한하려 했던 노동당 정부는 노조에 굴복하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불만의 겨울은 영국 노조의 화양연화(花樣年華·꽃처럼 아름다운 시절)를 끝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폭주하는 노조에 분노한 영국 국민이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를 탄생시켰기 때문이죠.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 마녀라는 손가락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를 약화하는 데 전력했습니다.

영국 노조 중에서 강성으로 꼽히는 탄광 노조가 1984년 총파업에 나섰지만 대처 총리는 단호하게 맞섰습니다. 결과는 불만의 겨울 때와 정반대였죠. 이후 노조는 영국 사회의 한 축으로 남았지만 예전 같은 위상은 회복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영국 노조 사례는 노조가 힘자랑에 심취하다가 자멸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투쟁할 땐 하더라도 분별력이 있어야 한단 얘깁니다. 무작정 투쟁만 고집하다가는 게도 구럭(망태기)도 다 놓치게 되죠.

삼성전자 직원 2만8000여명이 가입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8일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뉴스를 보면서 영국 노조가 떠올랐습니다. 전삼노 목적이 근로자 권익 보호보다 영향력 과시와 사측 흔들기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서죠. 전삼노 집행부가 소수 강경파에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어떤 노조든 힘이 있으면 써먹고 싶어 합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삼노도 마찬가지겠죠. 다만 전삼노는 알아야 합니다. 사리 분별 없는 힘자랑은 근로자를 대변하는 행동이 아닐뿐더러 노조 입지까지 위태롭게 만든다는 사실을요. 전삼노가 심사숙고를 통해 파업을 철회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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