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⑧] 프랑스 극우돌풍 주역 마린 르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39.5% 여론조사 1위
좌파 4개 정당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28.5%
마크롱 집권여당 르네상스 18%

최진우 승인 2024.06.27 15:20 의견 0
프랑스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국가였다.

현대 프랑스 철학을 이끈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미셀 푸코 등은 좌파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정치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등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들이 한동안 득세한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무관치 않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좌파 세력은 급속도로 약화되면서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파를 대변한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애매한 제3지대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그가 집권했을 때 프랑스 정치계에서는 중도좌파 사회당이나 중도우파 공화당 소속이 아닌, 비주류 후보에게 표가 쏠린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주요 양당에 속하지 않은 정권의 탄생은 1958년 프랑스 제5공과국 출범 이후 60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실제 마크롱은 정치, 사회적으로는 좌파 성향의 정책을 펼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우파 성향의 정책을 통해 친기업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전형적인 중도성향 실용주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런 마크롱을 크게 위협하는 정치세력이 급부상하면서 마크롱을 크게 긴장케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이다.

불법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른 정당을 모두 제치고 1위를 달리는 것은 과거의 반짝 인기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최근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 기관 클러스터17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RN의 지지율은 29.5%로 전체 정당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좌파 4개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8.5%로 바짝 쫓고 있으며 마크롱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와 그 연대 세력 지지율은 18.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르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마크롱은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의 집권만은 막아달라고 적극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도 극우정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파리 등지에서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합의 인기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르펜 의원은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마크롱)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이미 총선에서 승리한 것과 같은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마크롱과 맞붙어 패배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르펜 의원은 조기 총선에서 압승해도 총리직에는 오르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가 총리가 되면 자신이 다시 당 대표를 맡겠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이 총리직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르펜 의원은 1972년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을 만든 극우정치인 장마리 르펜의 막내딸이다. 장마리 르펜은 이민자 말살, 인종차별 찬성 등 파시즘적인 극단적인 정치구호로 군소정당 취급을 받았지만, 2011년 르펜이 당대표직을 맡으면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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