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미 대선 중대변수로 떠오른 가상화폐

최진우 승인 2024.05.27 10:44 의견 0

가상화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2조6000억달러 정도다. AI 대장주로 꼽히며 주가가 1년 사이 300% 이상 오른 엔비디아의 지난 24일 종가기준 시가총액(2조6190억달러)과 엇비슷하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전체 성인인구의 10~5% 정도가 가상화폐를 이용했거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서 6만7000달러까지 수직으로 급등한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가 이후 비트코인 하락과 함께 그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데 이어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출시를 승인함에 따라 다시 투자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선주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류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발빠르게 치고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최근 가상화폐에 대해 잇달아 유화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가상화폐를 보유한 유권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컬렉션 투자자 모임에서 “(가상화폐 후원을) 만약 할 수 없다면, 내가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또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이 가상화폐 분야에서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2등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대통령 시절이던 2019년 트위터(현재 X)를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매우 높고 기반이 없어 화폐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등 가상화폐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랬던 그가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미국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최소 18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800만명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이 2023년 실시한 연례가구조사에서 나타난 추정치이며, 5000만명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주장하는 숫자다.

어느 숫자가 맞든지 최소 1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공산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로선 가상화폐 산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바이든 보다는 트럼프가 이들의 표를 갖고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기존의 완고하게 고집했던 부정적 태도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관측은 SEC가 당초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에 매우 부정적이었다가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승인한 데서도 달라진 기류를 찾아볼 수 있다. SEC가 기존의 부정적 태도에서 승인 쪽으로 급격히 태도를 바꾼 이면에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의식한 백악관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는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비트코인이 단박에 20만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역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 차기 대통령 자리를 놓고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겨냥한 우호적인 제스처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누구도 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화폐 업계로선 이번 미국 대선이 새로운 영역 확장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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