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경제통 국방장관 앉힌 푸틴의 노림수

4개주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군 장악력 증대 염두에 둔 듯

이상우 승인 2024.05.15 07:00 | 최종 수정 2024.05.17 09:17 의견 0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사진 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군 경험이 없는 경제 관료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부총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습니다. 12년이나 러시아 국방부를 이끌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도한 쇼이구 장관의 이선 후퇴가 그만큼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지만 푸틴 대통령이 왜 최측근 쇼이구 장관을 뒤로 물리고 경제통을 우크라이나 전쟁 총지휘관으로 앉혔는지 명확히 알 순 없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노림수가 뭔지는 생각해 볼 수 있죠.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모색하면서 군을 확고히 장악하고자 푸틴 대통령이 파격적 인사를 감행했다고 여겨집니다.

러시아 강경파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락할 때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설령 우크라이나 전체를 차지한다 한들 러시아가 무탈하게 통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온갖 저항 세력이 들고 일어나 러시아를 괴롭힐 테죠.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으로선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4개 주(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자포리자주·헤르손주)를 확실히 병합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는 길을 고려할 법합니다. 이 방안은 러시아의 체면을 살리면서 서방 국가들과 교섭할 여지가 있습니다.

4개 주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현실화엔 쇼이구 장관보다 벨로우소프 부총리가 적임자입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나치게 군사적 성격이 짙은 데다 4개 주 병합에 필요한 경제·행정 관리 능력을 입증한 적이 없습니다. 반면 벨로우소프 부총리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기대 이상으로 거시경제 지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관리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거죠.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이 오랜 기간 러시아군을 통솔하면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우려했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쇼이구 장관을 잘라내고 군 조직을 재편성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만 하단 얘깁니다.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군부 고위층 숙청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굳건히 다진 사례를 푸틴 대통령도 알 테고요.

24년째 러시아를 이끄는 푸틴 대통령은 현대 지도자라기보다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 호칭)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제정 러시아의 전성기를 연 표트르 1세 황제를 푸틴 대통령이 존경하기도 하고요. 21세기 차르가 경제 관료 출신 국방장관을 활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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