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3월 중순에 철원군에 일이 있어 가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한 문구다. 이 문구를 보고 상당히 매우 반가웠다. 군 장병을 대우하는 휴게소의 친절에 그날따라 맑은 날씨였는데 더욱 기분을 좋게 하는 그 문구에 눈이 갔다.
15사단이면 강원도 화천군인데, 그 휴게소는 경기도 별내휴게소여서 좀 의아했다. 같은 지역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군장병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휴게소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많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철원군은 예전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군부대 주변 환경이 많이 변해 있었다. 병영 시설은 현대화되어 있었지만 주변 상가와 집들이 많이 줄어 인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군부대 구조 개선으로 부대가 통합되거나 없어지기도 했고, 군 시설도 축소되어 군인들의 행동 반경이 상당히 축소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철원은 전방 지역 특성상 군인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부대 축소와 이동 등으로 인한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식당 주인도 주변 상권이 거의 소멸되어 자신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군인들이 많이 보이던 중심가도 휴일임에도 외출이나 휴가 나온 군인들을 거의 보지 못할 정도였다, 위수지역 확대로 더 큰 도시로 나가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전방 지역의 경제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다. 특히, 군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았던 지역들은 더 큰 티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위수지역 통제로 출타 지역이 제한되었던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의 상권을 이용해야 했던 불합리한 제도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군의 방침이 변경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병사들과 간부들은 당연히 환영한다. 똑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서비스와 선택의 범위가 많다는 것은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군인 상대로 장사를 했던 상인들이 그동안의 관례대로 군인들을 상대했던 것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스스로에게 상당히 타격을 준 교훈으로 돌아왔다.
2000년댜 초반까지 군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다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세상의 변화-교통 시설 발달, 통신수단 첨단화, 생활 환견 변화 등-로 인한 변화가 당연하다고 해도 군이 이렇게 빨리 영향을 받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요즘의 군부대 주변 환경을 가히 초스피드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군인이 ‘봉’이 아닌 ‘왕’으로 대접을 해야 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 기쁘면서도 과거의 냉대를 생각하면 그저 섭섭한 마음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전방부대에서 근무할 당시에 모 부대 사단장이 장병들의 외출과 휴가를 통제했다가 지역 상인들의 거센 항의와 언론의 압박을 받은 시간이 있었다. 사단장이 지역 상인들의 횡포에 맞서 지역 상점 이용을 금지한 특단의 강경조치로 상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사단 사령부로 몰려와 항의했던 일이 있었고 지역 신문에서도 이에 가세해 사단장을 향해 날선 비난을 했다. 그럼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사단장의 뚝심이 결국 지역 상인들의 항복을 받아냈고, 바가지 물가와 푸대접을 개선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말 대단했던 지휘관이었다.
이런 얘기가 지금은 무용담처럼 들리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사단장을 길들일 수 있다는 지역 상인들의 아집이 쉽게 꺾이지 않을 정도로 위세가 커서 결국 그 피해는 장병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그랬던 지역 상인들이 이제는 병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 역전을 겪고 있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변해가는 군부대 주변의 상황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재활동이 어려워 지역 주민들이 떠나가고 군부대만 남는 상황이 된다면 군도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제 군도 변해가는 상황을 감안해 유연한 방안을 마련해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있어야 군도 이득이 많다. 민통선도 아닌데 지역 사회가 소멸되면 군 또한 고립되고 여러 편의 시설이나 생활환경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용도 증가하고 불편도 많아지고 삶의 질도 낮아지는 연쇄적인 악영향이 확대된다.
따라서 군부대 주변의 지역 사회와의 협력과 교류, 상생에 대한 여러 방안을 발전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의 개념을 바탕으로 함께 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향후 20년 후인 2040년대에는 군부대 주변에 민간인이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는 군과의 교류과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와 행사를 기획해 군과 지역사회가 서로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군도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사회에 화답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군인들을 더욱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선행된다면 더 많은 아이디어와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만 하는 모습으로는 대안이 없다.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손뼉을 쳐야 한다면서 손도 내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없다. 돈을 쓰는 군인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지역 상권을 만들려면 군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군인들은 이제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간다.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군부대와 지역을 서로 잘 살 것이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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