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임원 재판서 검찰 질책한 법원

"수사기록 열람·등사 없이 피고인 구속할 명분 어딨나" 지적

이상우 승인 2024.03.29 14:08 | 최종 수정 2024.03.29 20:52 의견 0

서울중앙지법 청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SPC그룹 임원과 검찰 수사관의 정보 거래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을 질책했다. 검찰이 피고인 측에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해주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을 29일 열었다. 피고인은 백 모 SPC그룹 전무, 김 모 수사관이다.

피고인들은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SPC그룹 관련 수사 정보와 향응을 주고받았다며 구속 기소했다.

1차 공판 때 재판부는 "앞서 피고인 측이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수사 기록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며 "검찰이 왜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하는지 묻고자 공판을 예정대로 열었다"고 했다.

검찰은 "SPC그룹 수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다음주(내달 첫째 주)에 핵심 공범을 조사한다. 조사가 끝난 이후엔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검찰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수사 기록을 보여주지 않은 채 피고인이 구속 기소된 재판을 어떻게 진행하나"며 "검찰이 기소 시점을 잘못 택한 것 아닌가. 피고인이 구속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수사 기록을 확인하지 못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수사 기록 열람·등사가 안 되는데 피고인을 구속할 명분이 어딨나"고도 했다.

재판부의 책망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들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거래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겼다고 한다"며 "성명, 기수, 직급은 개인정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직 배치, 구내 전화번호도 개인정보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범죄 일람표에 증거인 녹취록이 들어가 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항으로 보인다. 검찰이 검토하라"고 했다.

범죄 일람표는 형사사건 피의자 범행을 도표화해 정리한 문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경우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내고 다른 증거물을 첨부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관의 예단을 막겠다는 취지다.

피고인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수사 기록을 빨리 살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다음주엔 피고인 측이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2차 공판기일은 내달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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