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과적인 병기로 떠오른 게 무인기(드론)다. 사람이 타지 않으므로 아군 인명 피해는 없는 반면 자폭 공격으로 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도시 교통난을 극복할 대안으로 꼽히는 도심 항공 교통(UAM)도 드론과 깊이 연관돼 있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만 다를 뿐, 결국 UAM 비행체도 드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드론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드론 기업들은 해외 업체에 비해 회사 규모는 물론 기술력에서도 뒤처져 있다. 이 와중에 국산 기술로 UAM 비행체를 만든 회사가 있어 시선을 끈다. 김도원 대표이사가 이끄는 유무인 비행체 제작사 볼트라인이다.
뉴스임팩트는 최근 경기 군포시 부곡동에 있는 볼트라인 사무실에서 김도원 대표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대표께서 걸어오신 길에 대해 여쭤보고 싶다.
"88학번이다.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직장 생활보다 창업 쪽으로 갔다. 1997년 부동산 분양 회사를 차렸다. 분양 사업을 끝낸 후 2000년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에 손을 댔다.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고 스마트키(자동으로 차량 문을 열고 시동도 걸 수 있는 열쇠)도 만들었다."
"2002년쯤 비행체 같은 완제품을 제작하고 싶어졌다. 사람이 탈 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려 했는데 여건이 안 돼 모형 비행체 쪽으로 갔다. 2010년경 드론이 주목받았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드론을 공부했고 사업도 시작했다."
-볼트라인 직원은 몇 명인가.
"9명이다. 다들 1999, 2000년부터 저와 함께 일한 베테랑이다. 다만 드론 개발 관련 원천 기술은 대표인 제가 갖고 있다. 개발도 제가 직접 한다. 다른 드론 회사는 기술자 따로, 경영자 따로라서 기술을 가진 직원이 떠나면 개발을 못 하지만 볼트라인은 다르다."
-볼트라인 매출액이나 재무 상황은.
"아직 국내에선 드론 산업이 초기 단계라 실적이 신통치 않다. 현재는 용역이나 국책 과제를 해결해 올리는 매출이 대부분이다. 아울러 외부 투자를 받아 직원 급료,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볼트라인이 따라잡아야 할 드론 업체는 어디인가.
"디제이아이(DJI)라는 중국 회사가 상업용 드론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국내외 상업용 드론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UAM 분야에서는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베타 테크놀로지스(Beta Technologies)가 앞서간다. 국내에선 볼트라인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회사가 없다."
-볼트라인의 장점이 뭔가.
"기술력이다. FC(Flight Controller·비행 컨트롤러)를 자체 생산한다. 드론이 안정적으로 날려면 신호를 조종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FC가 한다. 대다수 드론 기업은 FC를 사다 쓰지만 볼트라인은 조립해서 만든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7종류의 FC를 만들었다."
"고정밀 듀얼 GPS(위성항법시스템)인 MDU-2000 또한 볼트라인이 제작했다. 수출도 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선 문화방송(MBC)과 거래한다. MBC는 MDU-2000이 위도, 경도 오차를 크게 줄여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볼트라인의 대표작인 1인승 멀티콥터형 UAM 비행체 스카일라(SKYLA)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예전에 스카일라 개발을 한 번 포기했었다. 스카일라처럼 사람이 타도록 만든 큰 비행체는 컨트롤이 잘못될 경우 큰 사고가 나게 돼 있다. 하지만 UAM의 핵심인 FC와 GPS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해법을 찾았고, 스카일라 개발을 재개했다. 회삿돈 10억여원을 개발에 투입했다."
"2019년 스카일라 버전 1, 지난해 스카일라 버전 2를 만들었다. 버전 2의 경우 사람을 태우고 시속 60㎞로 15분 정도 날 수 있다. 이걸로 1인승 스카일라 개발은 완료했다. 2인승, 4인승 스카일라 개발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카일라 체공 시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체공 시간을 늘리는 건 볼트라인 같은 비행체 개발 회사의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에너지 기업들이 새로운 배터리, 고성능 수소 연료전지, 엔진 발전기를 내줘야 한다. 배터리 기술이 발달해 업그레이드된 배터리가 나오면 자연히 비행체도 그에 맞춰 개선된다. 그럼 체공 시간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스카일라 개발에서 고심하는 부분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투자 유치와 거래처 확보가 가장 힘든 부분이다. 4인승 스카일라를 만들려면 수백억원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VC)이나 기업의 투자금은 공장 조성, 인재 영입에 사용해야 하므로 정부 연구 자금을 받아 비행체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거래처 목적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하는 방식으로 스카일라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수익은 회사 운영과 4인승 비행체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드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당연히 밝다. 군수 쪽은 지금도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총기를 발포하는 드론이 유명해졌다. 볼트라인에서 해당 드론을 커스터마이징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표적을 찍어주는 드론, 밤에 적의 움직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적외선 야간 투시 장비를 탑재한 드론도 개발 제안을 받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사업도 기대된다. 볼트라인은 국토교통부와 협약해 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목표대로 2025년에 UAM 서비스를 하려면 1, 2단계 그랜드챌린지 비행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려 한다."
-정부가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먼저 드론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UAM 서비스를 하면 비행체가 사람을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을 포함한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K-UAM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비를 3000억여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문제는 사업비 대부분이 UAM 인프라 쪽에 치우쳐 있는 거다. 비행체 개발엔 거의 투자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행체가 있어야 UAM 서비스도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어질리티 프라임(Agility Prime)이라는 미 공군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체 개발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도 비행체 개발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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