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미 부채한도 협상

최진우 승인 2023.05.24 16:09 의견 0
2011년 8월 8일 미 증시 폭락 당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높이려는 조 바이든 정부와 야당인 공화당 간의 협상이 수개월째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상이 이달말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론적으로 다음달 1일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물밑협상을 벌이던 바이든 정부와 공화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식협상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과 직접 협상을 벌였음에도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다.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에 예산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특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세금을 부과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공화당의 예산삭감 요구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이견차가 좁혀져 이달말까지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협상결렬이 현실화할 경우 그 여파는 충격 그 자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이대로라면 6월 1일쯤 디폴트”라고 경고했는데,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6600만명의 사회복지 수혜자와 수백만 명의 참전 용사, 군 가족이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미국 일자리와 기업이 피해를 입어 사상 유례없는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측 협상단의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은 백악관이 부채 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절박감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미국 서민을 담보로 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어렵게 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호주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려던 계획마저 취소한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공화당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공화당은 쉽게 합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양측에 주어진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늦어도 이번주 안에는 협상이 마무리되어야 법안을 미국 상원에 보내는 것이 가능한데,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협상 마감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이 지금까지 78차례나 있었고, 그때마다 협상이 타결되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극적인 타결이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백악관과 공화당 모두 양보할 뜻이 전혀 없어 최악의 경우 의회가 제때 부채 한도를 올리지 못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세계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재무부는 주요 연방정부 기관들의 예산지급을 늦추는 임시방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연방정부 기관들에게 지출계획을 사전에 재무부에 통보할 것으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출규모가 5000만~5억달러일 경우 최소 이틀 전에 재무부에 알리고, 5억달러가 넘을 경우 최소 5일전에 통보해달라는 것이 재무부의 핵심 주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보도했다.

그러나 예산지출 계획을 늦추거나 줄이는 것만으로는 디폴트를 막기 역부족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적했다.
세계 최대 부채국가이기도 한 미국은 세수만으로 지출을 충당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하여 부채한도를 매년 늘려왔다. 사실상 돈을 찍어내 필요한 곳에 예산을 내려보내는 식이다.

이런 부채한도의 권한은 의회가 쥐고 있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78차례나 부채한도를 높여주며 미국 정부가 세수부족에도 예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이 호락호락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이든식 퍼주기 예산을 먼저 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중 천문학적으로 풀린 재난지원금을 회수하라며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기간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계층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에게 적게는 수 만달러에서 많게는 수 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시중에 사상 유례없는 돈이 풀리면서 그 결과가 지금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은 자명하다.

서로 마주보고 달리다가 둘 중 하나는 마지막에 핸들을 꺾어야 충돌을 면하는 치킨게임이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사이에 벌이지고 있는 셈인데, 세계는 과연 재앙적 결과가 초래할지, 아니면 막판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 초조하게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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