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4)] 제로 다크 서티가 보여준 미국의 끝장 복수

최진우 승인 2023.05.07 15:28 의견 0
2011년 9•11 테러의 배후 조종자이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리더였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네이비실의 급습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오바마(왼쪽2번)와 바이든 당시 부통령 등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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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2001년 9월11일 미국 맨하탄에 위치한 월드 트레이드센터 2개의 빌딩이 민간항공기를 납치한 테러범들의 공격을 받고 차례로 무너져 내린다. 2700명 이상의 사망자와 25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이 테러로 미국은 발칵 뒤집힌다.

당시 ABC방송이 처음 사용한 ‘America under attack(미국피격)'은 테러로 충격에 휩싸인 미국의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잘 표현해주는 문구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테러리스트 사냥에 나선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범의 배후로 이슬람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 그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동시에 타리크 압둘 아지즈가 이끄는 텔라반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연합군을 꾸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야심차게 출발한 테러와의 전쟁은 그러나 미국을 또 다른 전쟁의 늪에 빠트렸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부시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복수의 기회를 넘겨야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끈질기게 빈 라덴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CIA는 2011년 빈 라덴이 은신해 있는 거처를 마침내 찾아냈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빈 라덴 생포 혹은 사살작전을 실시했는데, 영화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는 이 작전의 수행 과정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당시 작전명은 ‘Operation Neptune Spear'로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넵튠(포세이돈)‘ 이름을 딴 것으로 포세이돈의 삼지창 작전으로 해석된다.영화는 CIA 요원 메이야(May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메이야는 실제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몇 년을 추적했던 젠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CIA 요원이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메이야를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 대부분은 이름만 다를 뿐 실존 인물들이다, 다만, 영화 내용 중 일부는 작가들의 상상력에 의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다크 서티 영화 포스터.@뉴스임팩트 자료사진


영화 주인공 메이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을 찾는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빈 라덴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빈 라덴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CIA 상부는 끊임없이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했고, 메이야는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자 메이야의 상관은 작전중단을 지시했지만 메이야는 포기하지 않고 빈 라덴 추적작업을 단독으로 계속했고, 결국 빈 라덴이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 애보타바드에 있는 안가를 찾아낸다. 빈 라덴이 그 집에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메이야는 처음에는 60%라고 답했다가 후에는 100% 확신한다고 자신한다.

메이야의 확신으로 CIA는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2011년 5월2일 작전에 돌입한다.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부대(데브그루)에는 빈 라덴을 생포 혹은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블랙호크 헬기 2대에 나눠타고 파키스탄 애보타바드 안가에 잠입성공한 특수부대원들은 한밤 중 안가를 습격해 빈 라덴을 사살한다. 영화에는 빈 라덴의 정확한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빈 라덴임을 암시하는 장신의 사람을 등장시킨다. 잠입 과정에서 헬기 한 대는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고 작전 종료후에 특수부대원들은 고장난 헬기를 폭파시켰는데, 이 역시 실제 작전과정에 벌어진 일이다.

영화는 테러리즘에 맞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옥이라도 쫓아가 복수하는 미국의 끝장 복수전을 그리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불장난을 벌이면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실제작전에 기반한 영화라 그런지 에피소드가 많다. 넵튠작전이 펼치는 동안 백악관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보던 오바마 대통령이 중앙 자리를 작전사령관에 양보하고 그 옆에 앉아서 현장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영화는 애초에 미국이 그 고생을 하고도 빈 라덴 추적에 실패했다는 내용을 다루려고 했지만 촬영 직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빈 라덴이 사살되었다고 밝히면서 부랴부랴 내용을 수정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리고 영화의 상당부분이 미국정부가 제공한 극비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빈 라덴 사살작전을 오바마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 제목 제로 다크 서티는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12시30분을 가리키는 군사용어다. 이때가 가장 어두운 시간인데, 특수부대가 빈 라덴이 은거하고 있던 안가를 덮친 시간도 새벽 12시30분이었고 한다.

한편 제로 다크 서티는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음향편집상, 편집상 등 총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최종 수상은 음향편집상 한 개에 그쳤다. 영화 전반부에 나오는 CIA의 비인간적인 고문장면에 충격을 받은 아카데미 일부 회원들이 영화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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