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검찰로 통한다

서담 승인 2022.11.09 17:20 | 최종 수정 2022.11.15 11:28 의견 0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있다=ytn뉴스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이태원 참사의 "사고대책본부"를 대검찰청에 차렸다고 한다. 간단히 언론에 몇 줄 보도되고 별다른 언급이 없는데,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당한 참사의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야 할 대책본부가 왜 검찰에 있어야 하는지 의아하다.

무엇보다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려서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법을 다루는 기관이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과도한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본질적으로 검찰은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에 따라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법률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이미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담당했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맡은 것은 전체 사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검수완박 문제가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법률가인 검찰이 사고대책본부를 맡았다니 의아할 밖에.

사고대책본부가 할 일은, 이런 참사가 발생한 원인을 밝히고, 수습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일 텐데 이런 일을 법을 다루는 일을 하는 검찰이 맡은 것은 정말 어색한 일이다.

사고원인을 찾는 것은 치안을 맡은 경찰과 소방당국 등 행정부처에 자료가 모두 있을 터이고, 수습책을 모색하는 것도 각계 전문가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역량을 모아 적절한 대책을 세울 능력이 있는 주체를 중심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꾸리는 것이 상식적이다.

검찰이 그런 포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사고대책본부가 할 일이 범인을 잡아서 기소장을 작성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검찰이 사고대책본부를 맡은 것은 현 정부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검찰만능주의이다. 모든 길은 검찰로 통한다는 지극히 편협한 국정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포진해 있고, 이제 이태원 사고대책본부까지 검찰이 담당하는 모습이니, 마치 검찰이 없으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선포하는 듯하다.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정부 요직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을 보면 믿을 것은 오직 검찰 뿐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 이번에 사고대책본부까지 검찰이 담당한다고 하니 도를 넘었다. 제대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색출해서 책임을 지워 처벌하고, 현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더욱 의아한 것은,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나서는 언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 기대할 것이 전혀 없기에 아예 문제 제기조차 안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태원에서 그렇게나 많은 꽃다운 젊은 청춘이 그렇게 어이없게 스러져간 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그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중요한 국가 조직이 이런 식으로 꾸려졌는데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이다.

한국의 언론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향력 있는 언론 중 한 두 곳 정도에서는 문제를 짚었어야 할 텐데,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한 현실이다.

가뜩이나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도 있고, 많은 인파를 우려한 관할서의 지원 요청이 윗선에서 묵살되었다는 일선 경찰관의 폭로도 있는 상황인데, 사고대책본부를 검찰이 맡는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이다.

검찰공화국이라는 항간의 말이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정국인데,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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