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때리는데 익숙한 중국, 맞아보니 아프지

최진우 승인 2022.11.06 16:37 | 최종 수정 2022.11.15 11:32 의견 0
인도의 반중시위 모습=kbs세계는지금 유튜브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청소년 상담 전문가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K씨가 꽤 오래전 TV에 출연해 소개한 에피소드가 있다.

학교에서 난다긴다하는 일진들만 따로 모아서 합숙생활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진들 사이에서 왕따가 생기더라는 것이다. 남을 괴롭히는데만 익숙해 있던 일진이 막상 자신이 왕따가 되어보니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였다.

중국은 외국기업 때리기에 아주 능숙한 국가다. 뭔가 마음에 안드는 기업이 있으면 공산당기관지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조직적인 불매운동이나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 괴롭히고 또 괴롭혀 항복을 받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이 처음부터 외국기업을 배척한 것은 아니다. 90년대 개혁개방을 계기로 외국자본과 외국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팽창했다. 인구가 깡패인 중국시장을 겨냥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상하이에는 포춘지 선정 글로벌 톱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아시아총괄본부를 설치할 정도로 중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15억 인구를 앞세운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시장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진통제로 유명한 B제약회사는 90년대 중국에 진출하면서 한 임원이 중국인들이 하루 한 알의 자사 진통제를 먹으면 매출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세계 담배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모리스가 한때 중국 담배회사들에 밀려 1위 자리를 놓쳤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중국정부는 인구의 힘, 내수시장의 힘을 믿고 외국기업들을 입맛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시진핑 집권2기(2018~2022년) 들어 이런 편집증적인 중국의 외국기업 때리기는 도를 넘어섰다.

신장 위구르지역의 인권을 문제삼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여론조작을 동원해 가차없는 탄압에 들어가고 어떤 이유로든 중국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외국기업 역시 규제 철퇴를 피할 수 없다. 한국 역시 박근혜 정부 때 사드배치를 이유로 한국제품, 한국 대중문화 전부를 싸잡아 규제하는 한한령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넋을 놓고 있다가 하도 세게 뒤통수를 맞았던 한국기업들도 이후 플랜B, 플랜C를 가동하는 등 이제는 나름 대처를 잘하고 있지만 중국정부, 중국인들의 변덕은 언제 어떻게 가해자의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런 중국이 거꾸로 인도시장에서 자국기업이 혼쭐이 나는 경험을 했다.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샤오미 얘기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샤오미는 성명을 통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미 페이 서비스를 폐쇄했다”라고 밝혔다. 샤오미가 뜬금없이 인도시장에서 미 페이 서비스를 폐쇄하겠다고 밝힌데는 이유가 있다.

샤오미는 2019년 인도에 스마트폰으로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는 미 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미 페이는 순식간에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샤오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자와 대부업체를 연결해주는 미 크레디트 서비스도 선보였다. 빠른 대출을 앞세운 이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며 샤오미는 인도시장에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쓰는 듯 했다.

하지만 축배를 드는 것도 잠시였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정부가 가장 먼저 샤오미를 겨냥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인도는 올해초 샤오미 인도법인에 세금회피를 이유로 수입 관세 65억3000만 루피(약 1140억원)를 추징했다. 또 불법 해외송금을 했다는 이유로 샤오미 법인계좌에서 555억 루피를 압수했다.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규제로 인해 현재 인도 앱스토어에 미 페이 앱이 사라졌으며 인도 국가결제공사(NPCI)가 공인하는 제3자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 목록에도 빠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용자와 대부업체를 연결하는 미 크레디트 서비스도 철수시켰다.

샤오미 뿐 아니다. 인도정부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비보에 대해 탈세와 돈세탁 협의로 법인계좌를 묶었놨다. 오포 역시 규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수천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도정부의 칼날은 멈추지 않고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비롯해 중국 앱 수 백개를 사용금지시키는 초강도 규제로 이어졌다.

가장 많이 두들겨 맞은 샤오미는 그래도 인도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샤오미는 현재 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를 달리고 있어 인도시장을 포기할 수도, 포기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정부의 무지막지한 중국기업 때리기에도 중국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똑같은 일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기야 시진핑 국가주석의 영구집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알리바바, 디디추싱 같은 자국 거대기업들도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패는 중국정부의 무지막지한 성향을 고려한다면 옆집에서 맞고 있는 중국기업이 눈에나 들어올까 싶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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