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방산기업 사업철수에 최신 수송기 C-2마저 부품수급 차질

2016년 실전배치 후 고작 6년 만에 부품수급 걱정할 정도로 방산업계 경기 악화

이정현 승인 2022.06.20 10:54 의견 0

대왕고래로(Blue Whale)로 불리는 항공자위대의 C-2수송기. Ⓒ가와사키 중공업 홈페이지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C2 수송기의 브레이크 등을 생산하는 기업 카바야(カヤバ)가 올해 2월 임원회의를 통해 항공기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면서 자위대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자위대 무기의 개발과 구입을 담당하는 방위성 산하의 방위장비청은 서둘러 관련 사업을 인수할 기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계속되는 방산기업들의 사업철수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카바야는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일본군의 함상전투기에 들어가는 유압완충기 등을 제조해온 역사 깊은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이익률도 낮고 조달 횟수마저 줄어든 방위산업의 현실에 적자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민간항공기의 운항까지 줄어들면서 제품수요가 급감한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이에 대해서는 방위성 간부도 ‘경영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이다’라며 사업철수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C2 수송기는 2016년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간 신형 수송기로 가와사키 중공업(川崎重工業)이 전체 생산을 수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이타마현(埼玉県)에 위치한 이루마(入間)기지와 톳토리현(鳥取県)의 미호(美保)기지 등에 총 15기가 배치되었고 작년 8월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자국민 대피, 올해 3월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 제공 등을 위해 활용된 바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 방산업계에서는 전차는 천사(戦車は千社)라는 말이 있었다. 전차와 천사 모두 일본어 발음은 센샤(せんしゃ)로 동일한데 전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 개의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장비개발과 유지보수를 위해 매달리고 있음에도 최근 계속되어 온 관련 기업들의 사업철수는 일본의 국방력을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1년에는 미츠이 E&S조선(三井E&S造船)이 함정건조 사업을 포기했고 스미토모 중기계공업(住友重機械工業) 역시 신형 기관총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직전인 2020년에도 다이셀(ダイセル)이 항공기 파일럿 긴급 탈출장치의 생산중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잇따른 기업들의 사업철수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수익률이다. 현재 방위성이 발주하는 장비들은 제조원가에 7%정도의 이익이 포함되어 있지만 보통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하면 낮은 편에 속하고 납품 후의 이익률에 있어서도 재료비의 급등과 환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이익률이 고작 2~3%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장비들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조달단가가 오르고 있지만 F-35전투기처럼 고성능 외국장비 수입은 해마다 늘면서 그만큼 일본 내 조달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일본이 개발한 장비의 해외수출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일본산 완성품의 수출계약이 성사된 사례는 필리핀에 납품된 레이더 4기가 전부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방위장비청은 기업지원을 위해 제조공정에 3D 프린터나 인공지능 등의 선진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경비를 6조 엔, 중소기업의 사이버 보안 취약성을 보완할 장비 도입 등을 위한 경비 8조 엔을 올해 예산에 포함시켰다.

방위성 관계자는 ‘이전에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국가를 위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다’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내비쳤지만 당장의 적자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않은 상황에서 전 세계를 덮친 물가상승을 어떻게 견뎌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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