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NATO의 팽창주의와 소련제국 차르 부활을 꿈꾸는 푸틴

최진우 승인 2022.03.03 14:17 의견 0
푸틴 러시아 대통령=채널A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2000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보리스 옐친에 이어 러시아 제2대 대통령에 올랐을 때 뉴욕타임즈는 푸틴의 집권이 아니라, KGB(현 FSB)의 러시아 접수라는 표현을 썼다.

푸틴은 KGB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자, 구 소련시절에도 꾸준히 이어져온 서기장 임기제를 완전히 결딴낸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푸틴을 가리켜 스트롱맨이라 칭하며 푸틴에 대해 강단있고 결단력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지만 그는 헌법까지 무시해가며 영구집권을 꿈꾸는 완벽한 독재자이다.

KGB에서 별 볼일없는 역할에 그치며 그리 잘 나가던 인물이 아닌, 푸틴이 정권을 잡아가는 과정은 지금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그는 옐친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맡았지만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쟁쟁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2대 대통령에 오른 것은 1999년 발생한 모스크바 아파트 테러와 극장테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이를 체첸반군의 테러로 규정하며 그로즈니에 대한 공격명령을 내렸다.

1차 체첸전쟁, 정확히는 분리독립을 외치던 이치케리야 체첸공화국과의 전쟁에서 참패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던 러시아는 2차 체첸전쟁에서는 가공할 공격력을 앞세워 그로즈니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체첸반군을 무릎 꿇렸다.

살아남은 이치케리야 체첸반군들은 터키로 도망갔고 친러계인 체첸공화국이 정권을 잡으면서 푸틴은 단숨에 러시아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

지금도 서방에서는 푸틴을 일약 정치스타로 뜨게 만들어준 모스크바 아파트 테러와 극장테러 사건이 KGB의 공작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푸틴은 두 번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강한 러시아를 꿈꿔왔다.

그가 꿈꾸는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속에 힘없는 2인자로 남아있는 러시아가 아니다. 냉전을 이끌며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구 소련시절의 제국을 완벽하게 부활시키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구 소련시절 제국의 일부였던 국가들을 포섭하는 것은 제국 부활의 전제조건으로 떠올랐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1999년 나토에 새로 가입했고, 2004년에는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회원국 지위를 얻었다.

2009년에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가 나토에 가입했으며, 2017년 몬테네그로, 2020년에 북마케도니아까지 나토회원국이 됐다.

1949년 소련의 팽창주의에 맞서 첫 출범했을 때만 해도 12개 국가로 시작한 나토는 현재 30개 회원국으로 급속도로 몸집이 커졌다.

나토 회원국 중 유럽이외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뿐이고 나머지 28개국가는 모두 유럽국가다.

특히 구 동유럽 국가들의 잇딴 나토 가입은 푸틴으로서는 살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고통으로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90년대 중반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보수 우파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나토의 팽창을 밀어부쳤고 보스니아 전쟁 당시 독일 국경으로 쏟아져들어오는 난민사태에 놀란 헬무트 콜 당시 독일 수상이 통제불능의 러시아 군부를 겨냥해 나토의 동진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 나토는 거대 군사동맹으로 커갈 수 있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나토 가입을 권유한 적이 있었지만 러시아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나토 가입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푸틴이 정권을 잡은 이후 러시아는 나토와 적대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명목상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토는 최근까지 끊임없이 팽창정책을 유지하면서 푸틴을 자극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세르비아를 비롯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문제가 계속 이슈가 됐으며 급기야 남부국경선의 최후방어선으로 여겼던 우크라이나까지 나토가입 얘기가 나오자 푸틴이 폭발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이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한때 위기를 겪었다.

트럼프는 나토 무용론을 펼치며 탈퇴 카드까지 거론했다. 그가 유독 친러 성향을 보였던 유일한 미국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이런 그의 언행은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미국은 다시 나토의 동진정책에 관심을 가졌고 이것이 푸틴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동유럽으로의 팽창을 늘 시도했고 2차 세계대전 직후 완벽하게 동유럽을 장악했지만 지금은 이들 국가들이 모두 나토 회원국으로 돌아서면서 팽창은커녕 수성을 걱정해야 할 처기에 놓이게 됐다.

나토의 팽창주의와 완벽한 절대권력을 바탕으로 소련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21세기 차르로 떠오른 푸틴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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