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공중급유 KC-46A 고질병 운용국가 골머리

지난달 일본 미국 훈련 중 긴급 착륙 문제해결 못한 채 에어버스만 승승장구

이정현 승인 2024.09.04 15:26 의견 0
일본이 2021년부터 도입한 보잉의 KC-46A 공중급유기. @항공자위대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지난 달 6일,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공중급유기 KC-46A가 공중급유 붐을 다시 기내로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돗토리현(鳥取県)에 위치한 요나고(米子)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바로 2주 뒤인 8월 21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공에서 F-15 전투기에 공중급유 중이던 미 공군의 KC-46A가 마찬가지로 공중급유 붐 문제가 발생해 붐을 늘어뜨린 채로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긴급 착륙했다.

각각의 사고에 대한 세부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KC-46A은 이미 공중급유 시스템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밝혀져 미국이 골머리를 앓는 항공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KC-46A가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연료를 다른 항공기로 보내는 급유 붐과 이를 기내에서 조작하는 오퍼레이션 시스템 두 가지다. 기체는 보잉 767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행능력 자체가 문제된 적은 없지만 공중급유 시스템의 완성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당초 KC-46은 KC-135 등의 낡은 공중급유기를 개체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공중급유 시스템을 RVS(Remote Vision System)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 되어 현재도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 공중급유기들은 급유 오퍼레이터가 후방에서 급유 받는 항공기와 급유 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조작했지만 이를 원격카메라와 화상처리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 RVS다. 간단히 말하면 아날로그 방식의 붐 컨트롤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채용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KC-46A 오퍼레이터는 3D고글을 장착하고 디지털 처리된 원격카메라 화상에 의지하여 급유 붐을 조작해야 하는데 급유를 받는 항공기와의 원근감을 파악하기 힘들었고 카메라가 주야의 조도 차이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종종 급유 붐과 항공기 간의 접촉이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 공군과 보잉은 2020년부터 시스템 재설계에 들어갔고 2025년까지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진척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2021년에 1호기를 도입한 일본 항공자위대 역시 미 공군과 보잉에게만 의지할 뿐 자체적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공중급유기로는 보잉과 라이벌 관계였던 에어버스는 A330MRTT를 통해 전 세계 공중급유기 수요를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A330MRTT는 에어버스가 A330 여객기로 만든 공중급유기로 플라잉 붐 급유시스템을 갖춘 공중급유기로는 KC-46 외에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종이다.

특히 A330MRTT의 공중급유 시스템은 KC-46A과 유사한 플라잉 붐 방식이지만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통해 완전 자동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완벽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 영국, 프랑스, 사우디, 싱가폴, 한국 등의 10개국이 A330MRTT를 도입했거나 주문했고 KC-46를 도입하기로 했던 이탈리아 공군마저도 올해 7월에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A330MRTT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대로 보잉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KC-46는 결국 제조국인 미국을 포함해 일본, 이스라엘 단 3개국만이 운용하고 단명할 운명에 처하게 되어 관련 산업 선두주자인 미국의 명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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