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추락한 미 공군 오스프리 사고원인은 인재(人災)

피니언 기어가 박리(剝離) 후 완전 파손. 콕핏에 경고등 떴지만 파일럿은 비행 속행

이정현 승인 2024.08.20 10:25 의견 0
이착륙 훈련 중인 육상자위대의 오스프리. @육상자위대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작년 11월 일본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서 발생한 미 공군 CV-22B 오스프리 추락사고와 관련하여 비행 당시 금속기어가 파손되면서 조속히 착륙하라는 경고메시지가 표시됐지만 파일럿이 계속해서 비행한 것이 추락사고로 이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 사고로 인해 미 공군 특수작전사령부(AFSOC) 소속 대원 8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고 미군 전체에 3개월가량 오스프리의 비행정지 명령이 하달됐다.사고 직후 미 공군 측은 추락사고 원인이 전례 없는 부품고장이라는 설명뿐이었지만 이번 달 1일 발표된 사고조사 보고서에서는 나셀 내부의 프롭로터 기어박스에서 엔진동력을 로터로 전달하는 톱니바퀴의 균열과 파손이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프롭로터 기어박스는 비행기의 변속장치로 내부에서는 피니언 기어로 불리는 톱니바퀴 5개가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엔진 동력을 오스프리의 마스트와 로터 블레이드로 전달한다.

조사보고서는 균열이 발생한 피니언 기어가 비행 중에 조금씩 부서지면서 작은 파편들이 다른 피니언 기어와 스퍼기어(spur gear) 사이에 끼어 마모를 일으켰고 마지막에는 피니언 기어가 완전히 파손되면서 엔진 동력을 전달하지 못한 채 바다로 추락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경고메시지는 비행 당시 파일럿이 확인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럼에도 비행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이번 사고의 주임조사관인 마이클 콘리 중장은 ‘파일럿이 비행속행을 결단한 것은 임무를 완수하려는 본능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락 당일이었던 작년 11월 29일, CV-22B 오스프리는 혼슈 남부의 야마구치현(山口県) 이와쿠니(岩国)기지를 출발하여 큐슈 동부 해안을 따라 오키나와 카데나(嘉手納)기지로 향하는 중에 사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통상 항공기는 잠재적인 사고 조짐을 기체 진동으로 감지하고 기록하는데 사고 기체의 블랙박스에는 2개의 엔진을 연결하고 어느 한쪽이 동력을 상실하였을 경우 기능하는 드라이브 샤프트 중 좌측에서 발생한 진동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후 두 번째 진동이 이어지면서 좌측 프롭로터 기어박스 내의 5개의 피니언 기어 중 하나에서 추가 진동이 감지되었지만 이때까지도 파일럿과 승조원들은 진동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결국 첫 진동으로부터 5분이 지나서야 좌측 프롭로터 기어박스에서 금속칩이 발생했다는 칩 밴 경고등이 콕핏에 표시되었고 추가피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속히 착륙해야 했음에도 파일럿은 오키나와로 향하던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사고는 미국 외에 유일하게 오스프리를 운용하는 일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 육상자위대의 MV-22 오스프리에서도 기어박스 내 금속파편 발생을 알리는 경고 램프가 점등하여 항공자위대 기지에 비상 착륙한 사례가 있고 당시에도 톱니바퀴 균열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균열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다.
당시 육상자위대는 급속칩 탐지기를 포함한 기어박스 부품의 사전 점검과 유지보수 횟수를 늘리고 비상상황 시의 승조원 대응매뉴얼을 개편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바로 세 달 뒤에 미 공군의 오스프리가 일본 해역에서 추락하면서 기체운용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 채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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