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상 "조현문 대리인, 제게 찾아와 비리 폭로 위협"

지난 25일 조현문 강요·공갈 미수 혐의 7차 공판서 밝혀

이상우 승인 2024.03.26 09:52 | 최종 수정 2024.03.26 16:08 의견 0

서울중앙지법 청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작은형(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의 대학 후배 공 모 변호사가 큰형(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저를 위협했다"고 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슬하에 조현준 회장(1968년생), 조현문 전 부사장(1969년생), 조현상 부회장(1971년생) 3형제를 뒀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조현준 회장 비리를 고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반면 조현상 부회장은 조현준 회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와 공갈 미수 혐의를 심리하는 7차 공판기일을 지난 25일 열었다. 피고인은 조현문 전 부사장과 그를 지원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다.

공갈은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일이다. 미수는 범죄를 실행하려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수환 전 대표는 1958년생으로 외국계 홍보대행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1997년 뉴스컴을 세웠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앞세워 회사를 키웠다. 남상태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전 대표 연임 청탁 사건에 연루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2022년 11월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의하면 두 사람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를 효성그룹 측에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조현준 회장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도 했다.

7차 공판에서 조현상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2022년 2월 검찰에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진술서를 제출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아버지(조석래 명예회장)가 효성중공업 경영 문제로 작은형을 몇 번 타일렀다고 제게 전한 적이 있다"며 "효성중공업은 외형적으론 성장했으나 저가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 기술 인력 유출,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 요직 임명 같은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다"고 했다. 2006년부터 7년간 효성중공업을 이끈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자로서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다.

그는 "작은형은 효성중공업을 그만두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가족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제겐 편지가 안 왔다"고 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공 변호사가 작은형 대리인이라며 사전 연락 없이 저를 찾아왔다"며 "그는 서류 가방을 내보이며 큰형 비리 자료를 검찰이 있는 서초동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저는 작은형과 대화가 안 되니 공 변호사가 연결을 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5차 공판 때 증인신문을 받은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의 증언을 고려하면 공 변호사가 조현상 부회장과 접촉한 시기는 2013년 2월이다. 그는 이상운 부회장을 만난 후 조현상 부회장에게 갔다.

검찰은 "2013년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진술서를 2022년에야 제출했나"고 물었다. 조현상 부회장은 "수사 초기엔 진술서를 써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2022년이 돼서야 진술서를 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했다. 진술서가 필요하다는 얘긴 이상운 부회장, 노재봉 전 효성그룹 비서실장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조현상 부회장은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으름장은) 정말 이례적인 경험"이라며 "가족과 관련된 사안이기도 해서 기억을 살려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여러 차례 조현문 전 부사장을 찾아간 이유에 대해선 "아버지는 가족의 일원인 작은형이 (효성그룹에) 돌아오길 바랐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5월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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