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무관한 질문 삼가라" 재판부, 효성 조현문 측 질책

지난 13일 강요·공갈 미수 8차 공판서 조현문 측 증인신문 지적

이상우 승인 2024.05.14 07:00 의견 0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 재판에서 재판부가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을 꾸짖었다. 증인신문에서 쟁점과 관련 없는 질의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둘째 아들이다. 그는 2014년 친형인 조현준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와 공갈 미수 혐의를 심리하는 8차 공판기일을 지난 13일 열었다. 피고인은 조현문 전 부사장과 그를 지원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다.

공갈은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일이다. 미수는 범죄를 실행하려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수환 전 대표는 1958년생으로 외국계 홍보대행사에서 경력을 쌓은 이후 1997년 뉴스컴을 세웠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앞세워 회사를 키웠다. 남상태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전 대표 연임 청탁 사건에 연루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2022년 11월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의하면 두 사람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를 효성그룹 측에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조현준 회장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도 했다.

8차 공판에선 7차 공판에 이어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조현상 부회장은 조석래 명예회장 셋째 아들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과 달리 조현준 회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7월 신설 지주사 HS효성을 비롯해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 등을 맡아 독립 경영을 할 계획이다.

증인신문 전 검찰은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이 공소 사실에 연관된 물음은 적게 하고 형제의 난이 일어난 원인 같은 배경 사실을 많이 신문한다. 효성그룹이 부패했고 조현문 전 부사장은 정의의 사도로 내부 고발을 했는데 억울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효성그룹 총수 일가를 협박해 경영권 탈취를 모의하고 실행까지 했다. 중대한 범죄"라며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려면 쟁점에 집중해 공판을 진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실체적 진실은 진상 규명으로 드러난 객관적 진실을 뜻한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증인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보면 피고인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여러 부정적 얘기가 적혀 있다"며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배경 사실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증인신문이 시작된 후 변호인은 배경 사실 위주 질의를 반복했다. 그러자 재판부가 나섰다. 재판부는 "쟁점과 연관되지 않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3월 조석래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 명단에 조현문 전 부사장이 빠진 이유를 변호인이 묻자 "그게 공판과 무슨 관계가 있나"고 목소리를 높여 제지했다.

재판부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석래 명예회장을 문전박대했다는 조현상 부회장 진술서에 대한 질의도 막았다. 쟁점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여겨서다.

변호인은 "진술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나"며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진술서 내용은 재판부가 걸러서 보고 판단하겠다"며 "대체 왜 이렇게까지 (배경 사실을) 질문하나. 문전박대가 피고인 무죄 입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고 질타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나름대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작은형이 아버지와 큰형의 불법 행위라며 50~60건을 고발했다. 그중 4~5건에 대해서만 유죄가 선고됐다"며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겠지만 효성그룹 총수 일가 일원이자 경영진이었던 작은형이 문제를 푸는 과정은 옳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검찰은 공 모 변호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조현문 전 부사장 측근으로서 2013년 조현상 부회장,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 노재봉 전 효성그룹 비서실장을 만났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검찰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7월 15일이다. 이날 공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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