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닮은꼴 나라 베트남

베트남 추석 쭝투 경제력 성장하며 월병 선물도 고급화

한성규 승인 2023.10.26 12:54 | 최종 수정 2023.10.26 16:23 의견 0
베트남의 추석인 '뗏쭝투'를 맞아 쌀로 빚은 월병인 '바인쭝투'를 팔기 위해 하노이 도심 주요 도로변에 설치된 가판대@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올해 추석은 베트남에서 보냈다.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수가 엄청난데, 추석에 한국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사관에서 체육대회까지 진행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중국월병을 주셨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문화권이 아니라 중국문화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한국, 중국 등과 같이 베트남에도 '음력(Âm lịch)' 8월 15일을 기리는 날이 존재한다. 바로 '쭝투(Trung thu)'다. 추석의 전날부터 다음날까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에서는 “쭝투”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다.

중국이나 한국처럼 민족의 대이동은 일어나지 않지만 "반쭝투(Bánh trung thu)"라는 베트남식 월병을 가족, 이웃들과 나눠먹는 중국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월병에는 팥, 과일, 커피, 돼지고기, 계란이 재료로 들어간다.

지난6월 윤석열대통령의 하노이방문때 시내걸린 태극기@연합뉴스


중국처럼 반쭝투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며 감사를 표한다는 문화도 있다. 베트남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고급 반쭝투들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비싼 반쭝투의 경우 사회 초년생의 한달 월급과 비슷한 가격대까지 나가기도 하여 중요한 거래처 선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4월을 새해로 하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베트남은 우리나 중국처럼 음력 1월 1일에 새해를 맞는다. 베트남의 가장 큰 명절인 뗏(Tết)이다. 베트남도 설날이 최대 명절이자 가장 긴 연휴 기간을 갖는다. 올해는 1월 20일에서 1월 26일까지 총 7일의 쉬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도 새해가 되면 민족대이동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뱃돈도 있다. Lì Xì(리 씨)라고 부른다. 베트남에서도 중국과 같이 빨간 봉투에 세뱃돈을 건넨다. Bánh chưng(반쯩)이라고 송편도 만들어 먹는다.

중국 대륙의 국가들이 베트남 북부 지역을 오랜 기간 지배하면서 베트남도 문자는 원래 한자를 사용하였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한자를 바탕으로 한 '쯔놈(字喃/𡨸喃)'이라는 문자 체계를 사용하였는데, 쯔놈은 한자의 제작 원리를 유지하여 표어문자 방식으로 문자를 만들어낸 문자다.

베트남 어린이를 위해 마련된 추석행사모습@연합뉴스


문제는 쯔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한문 지식이 풍부한 지식인 계층뿐이었다고 한다. 대중을 위해 한글을 만든 우리와는 달리 베트남인들은 로마자에 의한 베트남어 표기를 시도했다. 이후 라틴 문자를 사용한 쯔꾸옥응으(Chữ Quốc Ngữ)가 베트남어의 정식 문자가 되었다.

베트남도 한자 문화권이라 한자어도 많고 이름도 한자로 짓는다. 현대 들어서는 순수 베트남어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아직 한자어로 된 이름이 많다고 한다. 베트남어 단어도 한자 단어에서 기원한 단어가 많은 한국어와 비슷했다. 전통이란 말을 쭈웬 통(truyền thống)이라고 하고 한국이란 말도 Hàn Quốc, 가수란 말도 ca sỹ으로 비슷했다.

강대국과 맞닿아 있는 베트남의 역사도 우리나라처럼 기구하다.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지배는 BC 219년에 있었던 진나라 시황제의 남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원전 111년 중국의 한나라의 무제는 남비엣을 정복하였다.

938년에는 전쟁 끝에 중국에서 독립했지만 프랑스가 또 전쟁을 건다. 프랑스는 1862년 베트남의 항복을 받아내고 제2차 세계 대전 때까지 베트남에 대한 식민 통치를 지속했다. 1940년에는 일본군이 베트남 북부에 진출하고, 1941년에는 베트남 남부에도 진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젊은 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도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른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미국이 북 베트남에 폭격하면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벌어진다.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 전쟁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해 베트남인 150만 명이 사망했다. 미군도 사망자 6만여 명을 내고 대한민국에서 참전한 군인도 5천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디아스포라처럼 베트남인들도 해외에 많이 산다. 놀랍게도 베트남어는 체코의 소수언어로 지정되어 있다. 과거 냉전 시기부터 베트남인들이 체코슬로바키아로 많이 일하러 들어왔는데, 체제가 바뀐 이후에도 베트남인들이 체코나 슬로바키아에 눌러 살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베트남인들이 한국인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 경제의 활력은 현지에서 확연하게 느껴진다. 젊은이들이 많고 일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다른 듯 하지만 유사점이 많은 베트남과 한국의 협력이 여러분야로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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