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마닐라에서 필리핀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정부에서 필리핀 관광객을 일부러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자세한 사정은 이랬다. 무비자로 필리핀으로 입국하는 한국인과는 달리 필리핀인들은 한국에 관광을 가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다.
내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한국에서 불법 취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필리핀에서도 충분한 돈을 벌고 있고, 그냥 한국 드라마를 보고 현지에 가고 싶어 며칠 놀러가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 비자 심사도 까다롭지만 비자 신청부터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온라인 예약제로 비자신청을 예약해야하는데 예약접수가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항상 마감인데, 어떻게 마감이 됐고 과연 신청이 된 사람이 있기나 한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문의를 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직원이 자신의 비자업무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면 직무유기 아닌가? 내가 직접 신청해본 것이 아니라 믿기 힘든 이야기다.
급기야 해당사실이 필리핀 현지 언론에 알려졌고 한국 가느니 차라리 일본으로 가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올해 8월 31일 마닐라 타기그에 있는 브리타니 호텔에 비자센터가 생겨서 찾아가 줄이라도 서서 신청은 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접수 대기시간과 비자심사기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에 가려고 하는 관광 수요에 비해서 비자처리 직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신청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 가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고 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관광으로 찾아오는 국가 중 필리핀은 7위나 된다. 베트남이나 러시아 관광객보다 많다. 지금 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 관광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만달루용 샹그릴라 플라자에서 K컬처 무료박람회도 개최했다. K컬쳐 박람회에서는 현지에서 유명한 그룹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 문도 상영하고 무료 한복체험과 즉석 사진 행사도 열었다.
필리핀 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필리핀을 찾은 연간 방문객은 265만 명으로 170만 명이었던 연 목표치를 훨씬 초과하여,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465.75% 증가한 36억8000만달러(약 4조 6천억원)의 관광 수입을 달성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미국이 50만5089명으로 1위, 한국이 42만8014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관광부는 2023년에는 480만 명의 해외 방문객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2년 기준 필리핀의 관광 관련 일자리는 523만개, 필리핀 관광부가 인증한 관광 기업은 11,989개이다. 또한 총 25,770명의 새로운 인력이 관광업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신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2023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2023 한국관광 페스티벌을 세계 각지에서 열고 K-푸드, K-뷰티 연계 프로그램도 연다. 사찰음식 시연회도 열었다. 전 세계적으로 돈을 뿌린다. 얼씨구, 이 기회다 싶어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2023~2024 한국방문의해 캠페인 사업과 함께 외국인 대상 관광 축제인 ‘코리아그랜드세일’, 외국인 전용 관광교통카드 ‘코리아투어카드’, 다국어 ‘스마트 관광안내시스템’ 등 외국인 개별 관광객 대상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단다.
필리핀인들이 불법취업을 할까봐 걱정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관광비자로 필리핀에 숨어든 한국인 범죄자들 또한 필리핀 정부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까? 한국에 입국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면 그랜드세일이건, 다국어 스마트 관광안내시스템이건 K컬쳐 무료박람회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면 보충해야한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같은 것을 만들어서 위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영사관 직원을 늘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