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통상교섭 본부장(오른쪽)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7일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한국과 필리핀간 FTA 정식 서명이 이뤄졌다. 한국-필리핀 FTA는 2019년 6월 협상이 시작되었다. 상품시장개방과 관련한 패키지에 합의한 후 협상에 속도를 내 2021년 10월 26일 FTA를 최종 합의를 진행하였으며 양국 간 합의안 내용을 토대로 2022년 4분기에 최종 체결됐다. 합의까지 가는데 총 2년 4개월이 걸렸다.
한국-필리핀 FTA는 우리나라가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이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와 다섯 번째 맺은 양자 자유무역 협정이다. 필리핀으로서는 우리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양자 간 FTA 체결국이다. 기존 한-아세안 FTA를 비롯하여 한-필 FTA를 통해 양국이 더욱 활발한 교역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FTA로 한국은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96.5%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한국산 내연 자동차는 즉시,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FTA의 주요 수혜 품목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이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로 마닐라는 하루종일 교통체증에 시달릴 정도로 차가 많다. 2022년 기준 필리핀 내 차 국가별 시장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순이다. 한국은 2.5%밖에 안 된다.
UN Comtrade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는 한국이 중국에 이어 필리핀에 수출하는 국가 2위였으나 2019년부터는 일본이 2위로, 2022년에는 일본이 1위로 올라섰다.
일본은 필리핀과 체결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통해 승용차(관세율 20%)를 제외한 화물차 등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가 0%가 되었다. 이번 한-필리핀 FTA 체결로 한국산 자동차(기존 관세율 5%)는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3~30%)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협정의 또 다른 중요 수혜품은 한국산 식품이다. 가공식품(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같은 식품이 1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필리핀 내 한국산 식품의 인기는 예전 칼럼에서 조명한 바 있다.
다른 주목할 점도 있다. FTA 내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도입하고 세부 사항을 규정한 이행약정을 별도로 마련해 유망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바로 헬스케어, 희소금속 가공, 혁신 생태계, 문화 산업, 영화,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등의 분야다.
한국과 필리핀은 1949년 3월 3일 정식 수교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아세안국가 중 한국과 수교를 맺은 첫 번째 국가로 6·25 전쟁 당시 7,420명의 군대를 파견 지원했다. 지금은 2020년 필리핀 군현대화 사업을 위해 한국 현대 중공업 측에 3,000 t 급의 2척의 호위함을 수주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 방산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국산차의 경쟁력이 올라갈 전망이다.윤석열 대통령(왼쪽)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연합뉴스
2021년 11월 한화 시스템즈는 필리핀 해군에 훈련센터 기증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필리핀은 한화 시스템의 함정 전투 체계를 수입하며 최근 도입한 초계함 두 척을 장비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내전과 영해 갈등으로 인해 군대를 안 키울 수 없는 나라다.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 중에 있어 한국 방산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으며 향후 보다 많은 분야로 발전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필리핀은 인구가 1억1000만 명이나 되며 13~34세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계 12위의 인구대국이며 아세안 국가 중에는 인구 수 2위다. 필리핀 경제는 최근 5년간 6%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역동적이며 소비가 강력한 시장이기도 하다.
2022년 기준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교역금액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 5위의 교역국이다. 이 중 한국산 제품의 수출이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이다. 수입은 52억 달러이다. 또한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니켈, 코발트 등의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이번 FTA를 계기로 양국 간 상품교류만이 아니라 자원, 군사, 문화적 교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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