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본 외국인 가사 도우미 고용문제

한성규 승인 2023.09.07 15:04 | 최종 수정 2023.09.07 17:19 의견 0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법사업 공청회@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필리핀 마닐라에 이틀 연속 비가 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라오스의 대학에도 비가 오면 출근을 하지 않는 교수님들이 많은데 필리핀도 비슷했다. 필리핀 현지인에게 비가 온다고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더니 놀란다. 비가 많이 오면 학교도 쉰다면서 자기 아들도 학교를 가지 않았단다. 무슨 태풍도 아니고 큰 비도 아니었다.

올해 12월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100명이 서울로 들어온다. 6개월간 운영하는 시범사업이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비숙련비자인 E-9비자로 입국하게 된다. 만 24세 이상으로 관련 경력·지식과 어학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범죄 이력, 마약류 검사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서 인력을 선정할 예정이다.

아마 영어가 능숙한 필리핀 보모들이 많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 육아는 물론 영어까지 덤으로 건지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주 사용계층은 맞벌이 부부로 인력 고용경험이 없는 부모들일 것이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처음으로 고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필리핀 고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필리핀에서 필리핀인들을 고용하는 사람들은 고용인과 마찰이 잦다고 한다. 노동청에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먼저 근로기준법 준수다. 한국만이 아니라 필리핀에도 최저임금,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과 함께 3대보험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보모라고 일을 더 시키거나 초과근무수당을 무시했다가 신고를 당할 수 있다. 가사 도우미의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문제될 수 있고, 필리핀인들은 초과근무에 민감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월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연합뉴스


둘째 필리핀의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항을 세세히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사규로 보완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 사규는 징계 내역 등을 고용인에게 고지하고 숙지하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 보모를 고용하는 사람들도 보모와 이 부분에 대해서 꾸준한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필리핀 노동청이 인정하는 해고 가능 사유는 정당 사유와 승인된 사유로 나눈다고 한다. 승인된 사유는 노동법의 승인에 따라 해고시키는 절차라고 한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은 정당사유다. 정당사유에는 심각한 과실, 업무 불이행, 반복적인 직무태만, 범죄나 부정행위 등이 있는데 이를 밝히는 과정이 까다롭다고 한다. 직무태만이 특히나 빈번한데 징계의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근무 태만 발생 시기나 내용을 반드시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고 한다.

이번 시범기간 외국인 보모 고용은 6개월이다. 필리핀에서는 6개월의 수습기간에도 불법해고라고 노동청에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수습기간인 6개월이 끝나기 1개월 전에 평가를 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미달이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절차 미이행으로 문제가 생긴다. 즉 수습직도 30일 유예 기간이 존재하므로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을 막기 위해선 30일 이전에 반드시 수습직 계약 만료 혹은 정규직 전환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이나 중재 때 불법 해고로 판정되면 복직 및 합의금을 주어야 하기에 즉시 해고 사항이더라도 철저히 절차를 따라 진행하며 성급한 결론으로 해고를 통보하기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휴일에 공공장소에 모여 휴식을 취하는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연합뉴스


한국에 외국인 이민이 늘고 있다. 외국인 숙련 근로자 E-7-4비자 발급수가 2023년에 3만5천 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에 E-7-4비자를 발급 받은 외국인은 5000명이었다. 7배나 늘어난 숫자다. 외국인들은 E-9비자, 즉 비숙련취업비자로 들어와서 숙련비자인 E-7-4로 변경 신청할 수 있다.

숙련비자인 E-7-4로 전환되면 2년 마다 심사를 거쳐 계속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숙련비자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자와 미성년자인 자녀도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일정자격을 갖추면 대한민국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즉, 외국인들이 한국에 계속 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 출산율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로 살아갈 수 없다. 지금처럼 출산장려책이 먹히지 않는다면 외국인 이민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한국은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정책확대는 출산절벽, 인구절벽을 마주한 대한민국에겐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 모른다. 외국인 이민 확대는 양날의 검이다.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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