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부는 한국어 열풍

한성규 승인 2023.05.11 14:01 | 최종 수정 2023.05.11 14:05 의견 0
사진@ 주 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교 곳곳에 한국어능력시험 시험일정 공고가 곳곳에 붙었다. 그 옆에는 돈을 받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의 광고도 붙었다. 교육대학 특성상 다른 언어에는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유별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라오스 사람들이 한국 농촌에 까지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라오스 인력 파견 사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라오스고용서비스센터가 2016년 10월에 맺은 양해각서(MOU)가 시초였다. 2017년부터는 라오스인들의 인력 송출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로 올라서며 한국 취업에 필수인 〈한국어능력시험〉 통과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라오스인들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였다. 이에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한 민간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교사 양성과 국가 주도하의 해외 한국어 사업이 실시되었다.

대표적인 국가 주도의 한국어 사업은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주관하는 한국학 파견 교수 사업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 한국학 파견교수 사업은 대학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한국어 관련 전공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한파 인재 양성과 한국학 현지화 및 해외에 한국학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라오스에서는 수도인 비엔티엔에 있는 라오스 국립대학교 한국어과와 루앙프라방의 수파누봉 대학교의 한국어 학과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해외에서 한글학교와 한국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하에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재단에서 주도하는 한국어 보급사업 또한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는 민간 한국어 교육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원기관들이 있는데도 수요가 더 많아 비엔티엔에서는 교민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전문대학교 및 한글 학원 등 다양한 곳에서 라오스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 보급 기관의 수는 약 2천여 개이며 이 기관들에 등록된 수강생 수는 25만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국내외에서 발간된 한국어 교재는 약 3,400권이며 2018년에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 수는 329,224명이나 된다. 1997년 한국어능력시험응시자수는 2,692명밖에 되지 않았다. 10년 사이 100배가 넘는 사람들이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진행한 해외 한국어교육 확산을 위한 교육 현황 분석 연구를 보면 한국어 교육은 아직까지 지역별로 편중이 있다. 2018년 조사 기준으로 한국어 교육기관의 50퍼센트 이상이 아시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이에 반해 중남미는 5프로 내외,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도 3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해외의 한국어학 연구에서 재밌는 사실도 발견된다. 유럽 지역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전문적으로 한국어 및 한국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다른 지역보다 많은 반면 아시아 지역은 교양과정으로 가르치는 기관이 많다는 점이다.

태국에서는 2018년도 대학입학시험에 한국어가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해당 연도 입시에 응시한 5만여 명 중 약 10%가 한국어를 선택할 정도로 한국어의 인기가 높다. 라오스 중고등학교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 5번째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

라오스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는 2004년 개설 이래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신입생 모집에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하여 신입생 정원을 30명에서 50명으로 증원했다. 반면 라오스국립대학교 일본어 학과의 경우 2019년 신입생 모집 당시 500여명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라오스에서 일본과 한국의 바뀐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7년에 한국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수파누봉대학교 내 한국학센터와 한국어 학과도 인기가 대단하다.

사진= 주 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


사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세계에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7,700만 명이며 이는 전 세계 14위이다. 프랑스어는 14위로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 국내외 상황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한국어 사용자와 학습자가 증가하고 있다. 88올림픽에 이어 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그 후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적극 유치 정책으로 한국어 학습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더불어 <한류>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게 됨으로써 한국어에 대한 해외 수요는 더욱더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라오스에서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K팝과 드라마, 음식 등 한국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BREAK THE SILENCE)'가 비엔티안 시내 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문화의 확산은 다른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해당 문화 향유의 욕구가 강렬해지면 많은 사람이 해당 언어학습을 시작한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호감은 언어학습 뿐만 아니라 한국제품의 구입과 한국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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