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림수 있나… 우리금융 재판서 장기간 증거 열람 불허
재판부 "수사 편의 위한 열람 거부 안돼" 지적에 현재 기소된 사건은 허용키로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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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7 16:59 | 최종 수정 2024.12.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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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을 다투는 재판에서 검찰이 오랜 기간 피고인 측 증거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통상적인 재판과 달리 철통 보안을 고수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을 17일 열었다. 피고인은 손태승 전 회장 손위 처남 김 모 씨, 임 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성 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거래 금액을 부풀렸다. 이를 근거로 우리은행은 김 씨에게 부당 대출을 해줬다. 임 전 본부장은 우리은행 신도림금융센터장, 선릉금융센터장을 지낼 때 김 씨와 친분을 쌓았고 부당 대출에 관여했다. 성 전 부행장도 김 씨 청탁을 수용해 부당 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여신 담당 본부장에게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은행에서 빌려 간 616억원 가운데 350억원을 부당 대출로 판단해서다. 우리은행은 대출 서류 진위 확인을 빠뜨리거나 담보, 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은 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게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공판 때 피고인 측은 "검찰이 증거 열람·등사를 불허하는 바람에 자료 검토를 할 수 없었다"며 추후 공소 사실 관련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사 편의 때문에 피고인 측 증거 열람을 막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현시점까지 기소된 사건에 대한 증거 열람·등사는 신속하게 허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9월 김 씨가 구속 기소된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유독 이번 사건에서 증거 열람·등사를 받아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재판 공전에 예민한 검찰로선 이례적 선택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두 차례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손태승 전 회장은 물론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까지 엮어내기 위해 철통 보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뇌부를 직격하려면 민감한 수사 정보가 유출돼선 안 되기에 검찰이 피고인 방어권 침해 논란을 감수해 가며 증거 열람·등사에 인색하게 굴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검찰은 증거 열람·등사 제한을 풀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피고인 측 요청을 모두 수용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년 2월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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