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들의 연애상담

성비불균형 남아 41년간 3500만명 여아 초과

한성규 승인 2024.06.08 02:00 의견 0
아이 안고 가는 중국 남성@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최근 본의 아니게 중국대학생들의 연애상담이 줄을 이었다.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대학교 1학년 남학생 1명, 비즈니스 영어전공 1학년 여학생 1명, 성악전공 대학교 3학년 여학생 1명이었다.

성악전공 여학생은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닌 남자와 2년째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한국도 썸이 너무 길어 고민인 청년들이 많은데 비슷했다.

프랑스어 전공 남학생은 3년간이나 한 여자를 따라다녔으나 결국 사귀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거절당하고 생각해보니 자기는 그 여자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거나 놀러가고 싶은데 데려다주는 머슴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자기는 3년간이나 그 여자의 ATM기계 역할을 했다고 분개했다.

영어전공 여학생은 자기를 따라다니는 남학생과 연애를 시작했지만 1주일 만에 끝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연애에 시간을 너무 빼앗겼다고 한다. 취업을 위한 학교 공부나 과제, 동아리, 학회활동으로 바쁜데 남자친구 만날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한 때 시간과 돈이 드는 연애는 하기 싫은데 스킨십는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가 유행했다. 이런 사람들을 쭈이요우, 즉 입친구라고 하는데 쭈이요우는 키스는 하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 관계다.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인 성관계를 갖지도 않으며 서로 생활에 간섭하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한쪽이 원하면 관계를 중단하는 일종의 '합의' 연애라는 사실이다.

시간, 감정, 돈을 투입해야 하는 보통의 연애는 할 자신이 없고,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청년들이 '이성과의 스킨십 있는 친구 관계'를 원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입친구는 2008년쯤 처음 등장한 이후로 한 때 유행했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찾은 대안이었다.

입친구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며 친밀한 관계로 들어갈 용기는 부족하고 타인을 불신하는 사회 환경에서 생겨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실 동북아시아 3국에 자유연애가 허용된 건 비교적 최근의 사실이다.

중국 상해출신의 재일비교문화학자 장경(張竟) 교수는 『연애의 중국 문명사(1993년)』라는 책에서 ‘연애’라는 말은 서양의 근대화가 시작되고서야 중국과 일본에 전해졌다고 했다.

연애라는 말은 동북아3국 중 일본에 제일 먼저 정착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연애’라는 단어가 일본에 먼저 정착한 이유에 대해 전통을 중요시하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의 사고방식 때문으로 판단했다.

연애는 20세기 초기까지 중국인들에게 불가사의한 세계였다. 그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인들은 서서히 연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서양 연애를 인정한 때는 20세기에 들어서 지식인과 부유층에서 여성들이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면서 부모가 정해준 결혼에 불만을 품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중국 전통사상을 타파했다고 평가받는 중국의 대표적 작가 루쉰은 1920년대 자유연애의 생활을 마음껏 누렸다. 노신의 파격적 연애행각은 당시 국민당 정부의 법률에 의하면 중혼죄(重婚罪)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중국을 동경하는 러시아 여성들의 영상이 올라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남자가 좋다던 러시아 여성들은 인공지능(AI) 도구로 만든 딥페이크 인물들로 밝혀졌다.

나타샤, 소피아 등의 이름을 가진 이 여성들은 영상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러시아 남성들은 술에 취해있고 게으르다고 불평했다. 중국 남편을 위해 요리와 빨래를 하고 아이를 낳으면 기쁠 것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중국은 남자가 넘쳐나 남성들이 요리와 빨래를 도맡아서 할거라고 광고를 하고 다녀도 결혼이 쉽지 않다.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중국 난카이대학 경제학부 위안시 교수는 일찌감치 중국의 남녀 성비 관련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1982년 3차 전국 인구센서스 당시 중국의 출생인구 성비는 108.5로 정상치 상한선인 107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성비는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2004년 최고치인 121.1에 달했고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2020년 111.3, 2021년 108.3까지 내려왔다.

1980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에서 태어난 총 7억 9900만 명 인구의 평균 성비는 114.4로 성비 정상치인 105 기준에 따르면, 42년간 남아가 여성보다 약 3400~3500만 명 많이 태어난 셈이다.

42년간 동일 비율의 여아가 태어나지 않은 현상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곧 중국 남성들은 최소 3000만 명 이상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여성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저출산과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하지 않는 청년들이 동북아 3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 동북아 3국의 청년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유하게 사는 세대지만 가장 여유가 없고 가장 힘들어하며 가장 걱정은 세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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