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병역 자원 감소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김현호·강원석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쓴 '병역제도 전환 방안으로서의 징·모혼합제도 운영유지비용 분석연구'에 의하면 간부 지원을 제외한 만 20세 남성에게 현역 판정률 81.53%를 적용했을 때 병역 가용 자원이 지난해 25만3305명에서 2030년 19만393명, 2050년엔 10만9685명까지 떨어진다.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 현실에선 어떻게든 병역 자원을 보충해야 한다. 싸울 군인이 부족하면 아무리 최신 무기를 들여와 봐야 북한을 억제할 수 없다.
병역 자원 보충 방안으로 여성 징병제, 복무 기간 연장, 예비군 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해법이지만 선뜻 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을 병사로 뽑아 써본 경험이 없다. 여성 징병제로 인한 성별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복무 기간 연장은 꽃다운 청춘을 1년 6개월이나 희생하고 있는 젊은 남성들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셈이어서 곤란하다.
예비군 제도 개편도 한계가 있다. 예비군들은 대부분 사회인으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예비군 정예화를 위해 훈련 강도를 끌어올리면서 일정 기간 입영까지 강제할 경우 예비군들이 경제 활동을 못 한다. 그 손해를 국가가 메워야 한다. 예비군들에게 돌아갈 보상만큼 다른 사회 부문에 투입할 자원이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군대에 가겠다'며 손을 든 사람들이 있다. 이순(耳順·만 59세를 뜻함)을 훌쩍 넘긴 노장들이 설립한 시니어 아미다. 은퇴해서 평온한 노년을 누릴 이들이 왜 전장에 나가겠다고 하는 걸까. 뉴스임팩트가 시니어 아미의 권재홍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권재홍 대표는 1958년생으로 강원 영월군 출신이다.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1981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했다. MBC에서 평기자, 차장, 부장, 미국 특파원, 선임기자, 보도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8년 이상 뉴스데스크를 진행해 앵커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ㅡ시니어 아미를 세운 경위는 뭔가.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잖나. 윤승모 전 동아일보 기자, 김성호 전 한겨레신문 기자, 제가 종종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눈에 확 띄는 기사를 봤다. 러시아 인구가 1억5000만명에 육박하는데 예비군은 30만명 모으기가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기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현실이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과 싸워야 할 때 과연 병력 수급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 들었다. 갈수록 병역 자원이 줄어가는 판에 예비군까지 제때 보강이 안 되면 큰일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다가 나이 든 사람들이라도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단체를 꾸리자고 뜻을 모았다."
ㅡ단체 결성이 쉬운 일은 아닌데.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열심히 뛰었다. 해외에서도 회원을 모집했다. 그렇게 발기인 15명이 구성됐다.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에서 창립총회를 했다."
ㅡ올해 3월 기준으로 회원이 얼마나 들어왔나.
"1800명가량 된다. 전국 각지에 회원이 있다. 국내외 언론이 시니어 아미에 관심을 보이고 기사를 쓰니 회원 수가 생각보다 빨리 늘더라. 이 속도라면 올해 1만명을 돌파하지 않을까 싶다."
ㅡ회원 가입 조건은 있나.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노장들이 많지만 30대 젊은이, 예비역 장성, 여군 출신, 드론 전문가 등 회원 면모가 다양하다. 훈련은 자기 체력에 맞게 알아서 한다. 북한산을 종주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무리라고 여겨 난이도가 낮은 훈련부터 소화하고 있다."
ㅡ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을 하나.
"예비군 훈련과 비슷하게 한다. 지난해 11월에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자원자 20명이 참여해 첫 훈련을 했다. 올해 초엔 회원 300명이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뒷산 7㎞를 행군했다. 쌀 5㎏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말이다. 다들 너무나 열성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ㅡ전쟁이 나면 정말 참전할 건가.
"참전한다. 시니어 아미에 들어올 때 정부가 부르면 일선 전투병으로 가겠다고 서약서를 쓴다. 서약서는 유사시 정부에 제출된다. 자기가 동원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정부가 전쟁에 투입해도 된다."
ㅡ노장들이 전쟁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
"뭐든 상관없다. 회원들은 기꺼이 총알받이를 하겠다고 한다. 정예병처럼 싸울 순 없지만 주둔지 방어 같은 전투 참여는 가능하다. 특기를 살리는 방법도 있다. 저는 앵커를 오래 했기 때문에 종군 방송이나 선무 공작을 하면 된다."
ㅡ전쟁이 두렵지 않나.
"당연히 두렵다. 제가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이라크 전쟁이 터졌다. 베테랑 미군도 전쟁터에서 조준 사격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더라. 그만큼 총소리는 누구나 무서운 거다. 하지만 시니어 아미 회원들은 이미 작심했다. 회원들의 훈련 참여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애국심과 결의가 느껴진다."
ㅡ혹시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국방부가 시니어 아미를 조직한 건가.
"전혀 아니다. 시니어 아미는 사단법인이다. 회비와 훈련 참가비로 운영되며 국방부로부터 돈 한 푼 받지 않는다. 다만 훈련은 국방부와 협의한다. 훈련 환경을 구축하려면 국방부 도움이 필요하다. 회원들도 실탄 사격을 하고 싶어 한다. 안타깝지만 국방부에서 실탄 지급은 힘들다고 해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 서바이벌협회와 협약을 맺었다. 그쪽 도움을 받아 서바이벌 총을 쏴봤는데 실제 총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ㅡ군대나 병역 의무를 삐딱하게 보는 일부 젊은 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이들을 탓할 이유가 없다. 그들 나름대로 숙제가 있을 거다. 시니어 아미는 젊은이들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 한다. 회원들끼리 우리는 살 만큼 살았으니 손자 손녀를 대신해 총알받이를 하자고 얘기한다."
ㅡ시니어 아미의 의의는 뭐라고 보나.
"나이 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경험, 기술을 활용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중요하다. 시니어 아미가 완전히 안착하고 조직이 커지면 더 많은 역할에 자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감시·정찰, 드론 운영, 해안선 경계는 노장들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병역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니어 아미가 안보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ㅡ곧 총선이다. 시니어 아미가 정치 바람에 휩쓸릴 우려는 없나.
"시니어 아미는 정치적 중립을 서약한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한다 같은 소리는 엄금 대상이다. 단체 이름을 내세워 정치 활동을 하는 것도 절대 불가하다."
ㅡ시니어 아미를 어떤 단체로 만들고 싶나.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쓸모를 인정받는 게 필요하다. 시니어 아미는 자기희생, 헌신으로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모임이다. 순수한 초심을 끝까지 지켜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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