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가 개발한 KF-21 전투기 모형@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전부터 2개의 전쟁,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분쟁을 단숨에 끝장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장담을 비웃듯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면서 지정학적 불안은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이어 올해도 군비지출 역대 최고 예상=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산업도 반사이익을 누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2024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023년 기준 2조7180억 달러(약 3915조 원)에 달해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이는 1988년 SIPRI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자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다.
세계 군비 시장의 성장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국방 예산 추계기관들은 올해도 10%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 규모는 3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GDP 대비 국방비 2% 이상 지출국이 18개국으로 확대된 점은 전 세계 군비 확장의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한국 방산업체 수출에 '기회의 창'=한국은 지난해 476억 달러(약 68조 원)에 달하는 군비에 지출하며 세계 11위를 유지했지만, 방산 수출 시장에선 점점 더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K-무기’에 대한 국제 수요는 우크라이나 전 이후 급증했고, 특히 동유럽과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는 지난해 약 211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폴란드·루마니아·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계약 확장으로 최대 250억~270억 달러(약 36~39조 원) 수준의 수출이 기대된다. 작년보다 20~30%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란 추산이다.
무기 구매국들의 ‘다변화 전략’도 한국엔 유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산 무기 대비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기, 실제 전장에서 검증된 품질을 갖춘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 방산’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기업 수혜주 부상 속 중소기업도 성장 기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등 주요 방산 대기업은 연초부터 수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군비 시장 확대와 한국 방산 기업의 수주 역량을 반영해 이들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방산 부품, 정비(MRO), 후속 군수지원 분야에 참여하는 중견·중소기업도 동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한국 방위산업 전체 매출이 6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위기의 시대는 방위산업의 기회이기도 하다. 군비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한국 역시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어 방산업계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정부의 외교·군사 협력 외교와 산업계의 전략적 대응이 맞물린다면, ‘K-방산’의 위상은 올해 세계 무기 시장에서 더욱 강하게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