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표지.@현대오토에버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컨설팅업체 운영자인 한 모 씨가 박성빈 전 스파크어소시에이츠(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 대표의 에이전트(대리인)였다"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IT 서비스와 차량용 정보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스파크는 차량용 클라우드(대용량 저장 장치) 기업이다. 현대오토에버에 거래 물량을 대부분 의존했다. 스파크 설립자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동서인 박성빈 전 대표다. 정의선 회장 부인 정지선 씨가 박성빈 전 대표 아내 정지윤 씨 언니다. 자매의 아버지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배임수재·증재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지난 8일 열었다. 피고인은 서정식 전 대표, 한 씨, 현대오토에버 협력사 A 사 대표 박 모 씨와 B 사 대표 송 모 씨, 현대오토에버 법인이다.

배임수재는 다른 사람 업무를 처리하는 이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챙겼다는 뜻이다. 배임증재는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산상 이익을 공여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서정식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가 다른 피고인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8억6000만원 상당을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차 공판준비기일 때 검찰은 2022년 스파크가 KT에 팔리는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 거래 유지가 중요한 매각 조건이었다고 했다. 한 씨가 매각 조건을 달성하고자 현대오토에버를 이끌던 서정식 전 대표에게 컨설팅 용역 대금 일부를 제공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은 한 씨가 서정식 전 대표에게 현대오토에버·스파크 장기 납품 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금전을 교부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추후 공판준비기일에서 청탁 내용, 서정식 전 대표의 임무 위배 사항이 무엇인지 검찰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 측 변호인은 위법수집증거(위수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서정식 전 대표와 박 씨, 송 씨 간 금원 수수 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임의로 수집한 휴대폰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며 위수증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을 해가면서 위수증 여부를 살피겠다고 했다.

아울러 서정식 전 대표, 한 씨, 박 씨, 송 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대가를 바라고 금전 거래를 한 게 아닌 데다 임무 위배 행위나 청탁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오토에버 법인 측도 공소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현대오토에버가 스파크와 한 거래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공시하지 않아 외부감사법, 자본시장법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현대오토에버 측 변호인은 "회계 기준 해석상 스파크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의문일뿐더러 설령 특수관계인이라 해도 다른 대기업 공시 현황을 고려하면 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정의선 회장과 6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아닌 박성빈 전 대표를 특수관계인으로 여겨야 하는지 따져 볼 여지가 있단 얘기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3일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정리한 뒤 공판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